[朝鮮칼럼 The Column] '10년 주기 경제 위기' 이번이 더 걱정되는 까닭

조선일보
  • 김대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입력 2017.10.17 03:17

    10년마다 위기 오는 한국 경제… 과거 외환·금융 위기 때에는
    국민 힘 모으고 재정 튼튼했고 우방 지원, 안보 협력으로 극복
    그러나 지금은 국론 분열되고 美·日·中도 우호적이지 않아

    김대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김대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前 청와대 정책실장
    우리 경제에 10년 주기 위기설이 있다. 원래 이런 유(類)의 '설'은 혹세무민 성격이 짙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엉터리만은 아닌 것 같다. 가깝게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있었고, 1997년에는 외환 위기를 겪었다. 1987년엔 민주화 욕구가 한꺼번에 폭발하고 노사 분규에 불이 붙었다. 1970년대 말엔 중화학공업 과잉 투자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대통령이 시해됐다. 1960년대 말에는 무려 200개에 달하는 외자 도입 기업이 부실화되며 경제가 추락했다.

    위기설에 따르면 지금 혹은 1~2년 내에 뭔가 큰 위기나 변화가 올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북핵 사태가 위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이다. 과거 위기 극복의 이면에는 세 가지 요인이 있었다. 첫째,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국민은 고통을 감수하면서 힘을 모았고, 기업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를 누비며 외화를 벌었으며, 역량 있는 공무원들은 불철주야 대책을 세우면서 경제의 숨통을 유지했다.

    둘째, 튼튼한 국가재정이 있었다. 어떤 국가든 위기가 오면 국가재정이 최후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우리 역시 공적자금을 조성해서 부실화된 금융을 정상화할 수 있었고, 투자 사업과 공적 부조 확대를 통해 일자리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셋째는 우방의 협조이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늪에 빠지면 혼자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우방들의 도움은 필수이다. 우리의 경우 미국의 도움이 컸다. 국제기구와 협의해 부족한 외환을 공급해주고,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쓸리면 통화 스와프로 불안 심리 해소에 도움을 주었다. 위기 상황에서 안보를 지켜주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프레디 맥 등 미국 금융권에서 시작된 위기는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퍼져 세계 금융 위기로 비화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지금 위기를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위에 말한 세 가지 요인이 작동할 수 있을까? 이번엔 낙관하기 쉽지 않다. 먼저 우리의 저력이 예전 같지 않다. 사회는 늙어가고 국민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있어 쉽게 뭉칠 것 같지 않다. 기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기업인의 사기는 매우 침체돼 있다. 공무원 사기 역시 세월호 사태 이후 바닥 수준이다.

    튼튼했던 국가재정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포퓰리즘이 시작되면 국가 빚은 금방 늘어난다. 일본의 경우 국가 부채가 1990년 GDP의 68%였으나 2000년 140%, 2010년 230%로 급격히 상승했다. 지금 가계 빚이 과다한 상황에서 국가 부채까지 늘어나면 조그만 위기에도 취약해지기 쉽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방의 협조 여부다. 일본이나 중국이 예전처럼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미·중 사이를 오락가락한 결과다. 주변 국가가 등 돌린 상황에서 위기가 오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최선의 방법은 사전에 위기 대처 능력을 최대한 키워 놓는 것이다. 모든 위기는 빚에서 오는 만큼 부채 관리는 최우선 과제이다. 먼저 가계 부채를 줄여야 한다. 인구 절벽을 앞둔 상황에서 빚으로 주택과 빌딩을 너무 많이 건설했다. 향후 2년 내에 미 연준 금리는 최소 3%까지 간다고 봐야 한다. 경기 조금 살리겠다고 저금리 유지하다가 나중에 혹독한 고통이 올 수 있다.

    정부 부채도 최소화해야 한다. 복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면 증세를 하고, 경제 분야 예산은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 세금 조금 더 걷혔다고 추경 편성하는 행태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둘째, 좀비 기업은 그때그때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고용을 유지한다고 계속 끌고 가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터지면 위기로 연결된다. 산업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우리 주력인 전통 제조업은 언젠가 후발국에 넘어가게 돼 있다. 그전에 하루빨리 미래 산업에 올라타야 하는데 정치가 이 분야에는 무심하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이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엄청난 외환보유액 덕택이다. 과거에 외환보유액은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지금은 다다익선이다. 2012년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경상수지 흑자가 총 4573억달러인데 외환보유액은 단지 743억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현재의 3800억달러대에 만족하지 말고 궁극적으로 1조달러까지 올리자. 세상이 험할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호주머니에 있는 돈밖에 없다.
    R>굳이 10년 위기설이 아니더라도 위기는 반드시 온다. 외환 위기 같은 충격적 형태보다 일본식 장기 침체가 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위기는 우리가 힘을 모아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더 무섭다. 안보 위기에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 정말 힘들어진다. 지금은 과거 논쟁보다는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준비를 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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