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과자 훔친 공시생들에 '합의금 장사'한 노량진 마트

    입력 : 2017.10.14 03:08

    "공무원 시험 못보게 경찰 신고" 29명에게 협박해 3000만원 뜯어

    공무원 시험 준비생 박모(36)씨는 지난 9월 어느 날 밤 11시 30분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한 마트에서 과자 몇 개를 주머니에 넣고 가게 문을 나섰다.

    CCTV를 지켜보고 있던 점장이 그를 붙잡아 "물건을 훔치려 했느냐"며 마트 뒤편 사무실로 끌고 들어갔다. 그는 다른 직원 2명과 함께 "300만원을 내놓아라.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해 공무원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박씨가 가지고 나가려던 과자는 6000원어치 정도였다.

    전과(前科)가 생기면 공무원 시험은 치기 어렵다. 박씨는 가족에게 연락해 점장 등의 통장으로 300만원을 보내라고 했다. 그런 뒤 점장 등은 박씨를 놓아줬다.

    이 마트는 노량진 학원가에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경찰에 붙잡힌 박모(여·73)씨와 그 아들 김모(48)씨는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들에게 합의금 명목의 돈을 뜯었다고 한다. 박씨 모자에게 협박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무원 시험, 세무사 시험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박씨 모자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런 식으로 모두 29명을 협박해 3030만원을 뜯어냈다고 경찰은 말했다. 그렇게 받은 돈의 10~30%를 점장 등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피해자들이 이 점포에서 계산하지 않고 가져나간 물건값은 총 9만8000원이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해 빨간 줄이 가게 하겠다" "공무원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훔친 물건의 30~2000배에 달하는 돈을 냈다. 250원짜리 과자를 가지고 나가다 50만원을 뜯긴 대입 재수생도 있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공동 공갈, 공동 감금 등의 혐의로 마트 주인 박씨와 아들 김씨, 마트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지난 10일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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