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키 1년… 애는 호흡곤란·폐렴에 입학도 못했습니다

    입력 : 2017.10.14 03:10

    [안아키 맹신했던 엄마 "난 죽고싶을만큼 죄인"]

    아이 아파도 병원 안가고 버텨
    증상 심해져 입원했지만 안아키 한의사 퇴원 강요
    걷지 못할만큼 건강 악화돼서야 한의사 상대로 과실치상 고발

    한의사 "의료분쟁 문제"

    충남 천안에 사는 이모(여·36)씨는 몇 달 전까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카페 열성 회원이었다. 이 카페는 이른바 '자연주의 치료'를 표방하며 아이가 아파도 약을 먹이지 말고, 병원에도 보내지 말라고 하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치료법을 주장해 논란이 된 곳이다. 비난 여론이 일면서 한때 카페가 폐쇄되기도 했지만, 최근 '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안아키 1년… 애는 호흡곤란·폐렴에 입학도 못했습니다
    /박상훈 기자
    지난해 1월부터 안아키 회원으로 활동해온 이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지금은 안아키를 알게 된 걸 죽고 싶을 만큼 후회한다"고 말했다. 예방 접종을 거부하고, 약을 일절 쓰지 말라는 안아키 지침에 따랐다가 딸 수민(가명·7)양의 건강이 초등학교 입학이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안아키를 운영하는 대구 살림한의원 김효진 원장을 과실 치상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안아키' 알게 된 것 후회"

    평소 딸이 잔병치레가 많아 걱정하던 이씨는 "아이가 약한 건 병원 항생제와 각종 약품 부작용 때문"이라는 안아키 주장에 솔깃했다. 이씨는 "'전문가인 내 말만 들으면 약 안 쓰고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김 원장의 자신감에 홀린 듯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딸에게 약을 일절 먹이지 않았다. 열이 나거나 기침을 해도 병원에 가지 않았다. 석 달 정도는 별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딸의 면역력이 강해지는 느낌도 들었다고 했다.

    안아키 피해자들의 주장
    하지만 지난해 4월 수민양 몸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일 기침과 함께 섭씨 39도에 이르는 고열 증상이 나타났다. 그해 7월 대구로 김 원장을 찾아갔다. 김 원장은 "수민이는 절대 약을 먹여선 안 되는 체질이다. 내 말만 믿고 아무 걱정 하지 말라"며, 수민양에 대한 해독 치료와 함께 한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딸의 상태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온몸에 두드러기와 염증성 부종도 생겼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나 천안 순천향대병원을 찾았더니, 폐렴이란 진단이 나왔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조금씩 호전됐지만, 김 원장이 "계속 병원에 두면 수민이 몸이 더 안 좋아질 거다. 당장 퇴원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이씨는 그 말을 들었다. 수민양을 퇴원시킨 것은 물론 수백만원을 들여 안아키에서 추천하는 숯가루, 건강식, 한약 등을 지어 딸에게 먹였다. 이씨는 "그때는 김 원장 말을 안 들었다간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고 했다.

    "딸에게 나는 죄인"

    하지만 수민양 건강은 다시 나빠져만 갔다. 급기야 올해 1월에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수차례 피를 토했다. 걷기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아져 초등학교 입학도 미뤄야 했다. 그런데도 김 원장은 "아이는 멀쩡한데 엄마가 믿음이 부족하다"고 했다. 참다못한 이씨가 찾은 동네 한의원에선 "아이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으니 큰 병원에 가보라"고 얘기했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수민양은 기관지 확장증, 갑상샘 기능 저하, 폐렴 등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내 잘못된 믿음 때문에 수민이 건강과 소중한 1년을 버리게 됐다"면서 "나처럼 안아키를 맹신하다 딸에게 죄인이 될 순진한 엄마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김 원장에 대해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예고했지만, 김 원장은 여전히 진료를 계속하고 있다. 카페 활동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할 수 없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현재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과 일부 안아키 회원을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안아키 때문에 아이가 위독한 상태에 빠진 피해 부모 10여 명과 연락이 닿고 있다"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을 감안하면 이런 부모가 최소 수십 명 더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본지 취재에 "이씨 문제는 의료 분쟁 조정으로 해결할 일"이라며 "더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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