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설마'와 '대충'의 타워크레인

    입력 : 2017.10.14 03:06

    중국의 문호 후스(胡適)는 '차부둬선생전(差不多先生傳)'이란 소설을 썼다. 중국인들이 자주 쓰는 말인 '차부둬(差不多·별 차이 없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일대기다. 그는 이름대로 평생 적당주의로 살았다. 어려서 어머니가 누런 설탕 사오라고 하면 백설탕을 사와서 달기는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커서는 어느 점포에서 일했는데 장부에 십(十)과 천(千)을 섞어 썼다. 획수 하나 차이일 뿐이니 비슷하다고 했다. 중한 병에 걸려 의사를 불렀는데 수의사였다. 수의사나 의사나 그게 그거라며 대충 치료를 받다 죽었다.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꼬리를 문다. 지난 5월 남양주 공사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최악이었다. 3명이 죽고, 2명은 다쳤다. 수사 결과 시공업체는 장비에 문제가 생기자 스페인 회사에서 순정부품을 사 쓰는 대신 서울 한 철공소에서 모조품을 만들어 쓴 것으로 드러났다. 파손된 기존 부품을 종이에 대고 그리는 방식으로 본을 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타워크레인 부품은 완벽에 가깝게 정밀해야 한다. 순정부품이나 모조품이나 '별 차이 없다' 생각했으니 사고가 안 나면 이상하다. 

    [만물상] '설마'와 '대충'의 타워크레인
    ▶시공업체는 경찰 조사에서 "원청업체로부터 3일 이내에 작업을 재개하라"는 재촉을 받았다고 했다. 업자는 공기(工期) 지연과 그로 인한 불이익이 두려웠던 것이다. 국내 타워크레인(5980대) 다섯 대 가운데 한 대는 만든 지 20년 지난 것들이다. 부품 파손 등이 이어질 테니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270건의 타워크레인 사고가 나서 33명이 숨지고 252명이 다쳤다.

    ▶매사가 이런 식이다. 무리해서 몇 푼 챙기려다 더 큰 대가를 치른다는 걸 모른다. 세월호는 몇 차례의 불법 개조로 이미 균형이 무너진 배였다. 그런데도 화물 운송료 벌이에 눈이 어두워 출항 전 평형수(水)를 933.6t 줄이고 대신 1065t의 화물을 더 실었다. 화물을 제대로 묶지도 않았다. '설마'와 '대충'병은 도무지 나을 줄을 모른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도 구조진단 없이 설계를 변경하고 턱없이 확장 공사한 게 원인이었다.

    ▶우리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황당한 사고들을 비웃곤 한다. 그러나 그럴 자격이 있을까. 보도블록 하나만 봐도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곳곳이 기울어지고 주저앉은 한국과 달리 일본은 블록 한 장 엇나가고 울퉁불퉁한 것이 없다. 타워크레인 사고나 세월호 사고나 바닥에는 탐욕과 미련함·무능함·부실함이 도사리고 있다. 비슷한 사고 위험성을 우리는 일상에서 매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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