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문창과 최초의 노벨문학상

    입력 : 2017.10.14 03:05

    어수웅 문화부 차장
    어수웅 문화부 차장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공개된 뒤, 프랑스의 100년 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흥미로운 트윗 하나를 올렸다. "문예창작과 출신 최초의 수상!" 가즈오 이시구로(63)는 영국 켄트 대학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원에서 문예창작(creative writing)을 전공했다. 노벨문학상의 탄생은 19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문학 창작을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발상은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등장할 수 있었던 기록일 것이다.

    전 세계 문예창작과의 경사라는 순진한 호들갑이나, 예술 창작이 과연 교육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회의가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그보다는 최근 스웨덴 한림원의 문학적 태도를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은 이유가 더 크다.

    지난 2년간 노벨문학상은 과격한 선택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전쟁 피해자의 증언을 기록한 2015년 수상자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즘과 문학의 차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지난해의 밥 딜런은 음악과 문학의 경계는 무엇이냐는 물음을 낳았다. 이 질문 자체야 문화적으로 해로울 게 없겠지만, 문제는 이후에 벌어진 소음과 잡음이었다. 특히 밥 딜런이 악성이었다.

    노벨문학상의 명성과는 별도로, 수상자가 수락 강연을 해야만 상금 10억원이 지급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가타부타 말이 없던 밥 딜런은 마감 시한인 지난 6월 10일 직전에야 비공개로 강연을 했고, 이게 사달이 났다. '내 인생의 책'으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꼽고 몇 구절을 인용했는데, 이게 일종의 '표절'이라는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실제 '모비 딕' 원문에는 없지만, 인터넷 고전 인용 사이트가 오류로 잘못 올린 구절들을 생각 없이 가져왔다가 벌어진 실수였다.

    갈수록 영토가 좁아지는 문학 현실에서, 독자의 주목과 환기를 소망하는 한림원의 분투 자체를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쉽게 잊히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시끄럽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더 드물다는 것을.

    다시 문예창작과 출신 첫 노벨상 수상자로 돌아온다. 이시구로는 통보 직후 인터뷰에서, 록 음악에 열광했던 열세 살 이후 자신의 영웅은 밥 딜런이었고, 영웅 다음 순서로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고 했다. 밥 딜런과 노벨문학상 사이에 벌어진 소음과 잡음을 이 작가가 몰랐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알렉시예비치와 밥 딜런을 거쳐 이시구로로 돌아온 한림원의 선택을 지지한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올해 수상자의 소설은 1989년작 '남아있는 나날'이다. 좋은 소설이 늘 그렇듯 여러 겹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권위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존경만으로 일관했던 소설 속 영국 집사(執事)에 대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도 읽을 수 있다. 삶과 문학에 대한 이시구로의 태도를 존중하며, 그의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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