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39] The whole world is here

  •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 2017.10.14 03:03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Beauty will save the world).'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백치'를 대표하는 심장 글이지요. '아름다운 인간상'과 '인간이 가야 할 길'을 밝히는 이 명문은 솔제니친에 의해서도 크게 빛을 발했습니다.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문에 원용(援用)했거든요. '러시아의 양심' 솔제니친은 문학과 아름다움이 위기와 고통, 죄악에 빠진 세상을 구할 횃불이라고 설파했습니다.

    '7대 죄악(The Seven Deadly Sins)'은 탐식(Gluttony), 탐욕(Greed), 나태(Sloth), 교만(Pride), 음욕(Lust), 시기(Envy), 분노(Wrath)이지요. 욕망에 눈먼 인간이 저지르는 최악의 죄악들이고요. 노벨 문학상 작가 조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사진)'는 이 죄악들이 난무하는 곳에서 어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하는지 보여줍니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영화는 이런 화두를 던집니다. '눈먼 세상에서 당신만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In a world gone blind, what if you were the only person who could see)?' 작품 무대는 어느 도시. 시민들이 초유의 '백색 질병'에 노출되더니 연쇄적으로 실명합니다. 정부는 눈먼 자들을 격리하려고 수용소를 급조합니다. 그곳은 악의 무리에 의해 '7대 죄악'이 들끓는 아비규환의 소굴로 변질됩니다.

    유일하게 눈멀지 않은 이는 안과 의사의 아내입니다. 눈먼 남편에게 설명하는군요. "이 안에 온 세상이 다 있어(The whole world is here)." 인간의 온갖 이기주의와 동물적 잔인함이 날뛰는 생지옥을 본 것입니다. 그녀는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숨긴 채 어려움에 처한 선한 이들을 지켜줍니다. 영화에서 실명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의 극단(極端)'을 은유합니다. 선한 본성이 억압받고 변질되는 곳에서 그녀는 그렇게 '인간이 가야 할 길'을 실천합니다. 그 길은 이타주의라는 이름의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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