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한 동생에게 재산을?" 추석 끝나자 재산분쟁 봇물

    입력 : 2017.10.13 14:55

    50대 김모씨는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갔다 아버지가 몇 년 전 땅을 처분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아버지는 1억 가까운 돈을 쥐었지만, 막내동생 집 사는데 보태 줬다고 했다. 평소 동생이 집안에 기여한 게 없었다고 생각해온 김씨는 배신감이 컸다. 연휴 직후 한국가정법률담소를 찾은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보내 드려야 하는지, 끊으면 문제는 없는지” 물어봤다.

    길었던 연휴만큼 가족간 분쟁의 골도 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13일 “연휴 직후 평소보다 20~30%가량 상담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복미영 상담위원은 “업무시작 전 상담 대기인원이 평소 1~2명인데 요즘은 7~8명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가사 전문 변호사사무실이나 유명 사설 상담센터는 상담을 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를 못 기다리고 “그냥 이혼하겠다”며 전화를 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혼상담 못지 않게 김씨처럼 부모 재산을 둘러싼 다툼으로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60대 이모씨는 명절에 여동생들에게 마음이 단단히 상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던 집 명의를 자신에게로 이전하는데, 두 여동생이 협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생전에 “집은 장남 몫”이라고 했었기 때문에 당연히 여동생들이 상속을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러나 여동생들은 “상속분(재산의 3 분의 1)만큼은 당연히 내 몫”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40대 최모씨는 어머니의 집 명의가 누나에게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명절에 자세한 경위를 캐 물으려 했지만 누나가 가로막았다. 누나는 “설에는 아예 오지도 말라”고만 했다. 명절 후 변호사사무실을 찾은 그는 ‘성년후견’ 신청을 준비중이다. “고령의 어머니가 판단력이 흐려져 다른 재산도 넘겨 버릴 것 같아서”다. 어머니에게 성년후견인이 지정되면 법원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또 어머니가 누나에게 집을 넘긴 것도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의 행위여서 무효’라고 다툴 여지가 생긴다.

    재산갈등은 때로 극단적인 말로 이어지기도 한다. 아들셋에 딸 하나를 둔 80대 박모씨는 아들들만 대학교육을 시켰고 재산을 나눠 줬다. 추석에 친정에 내려온 딸이 “내 몫을 달라”고 요구하자 그는 “다 끝난 일로 왜 그러냐”고 단칼에 거절했다. 딸은 “죽어버리겠다”고 맞섰고 당황한 그는 상담을 요청했다.

    가족간 재산분쟁은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쟁은 2006년 206건에서 2015년 1008건, 2016년 1223건으로 10년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났다. 복미영 상담위원은 “‘집은 장남 몫’이라는 분배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도 갈등 증가의 원인”이라고 했다. 월급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고, 고용상태가 불안정해진 것도 부모재산을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는 원인이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자식들은 불공정한 분배를 탓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내 재산을 왜 내가 마음대로 못하나’는 불만이 있다”고 했다. 송명호 변호사는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대화를 나누면 분쟁을 줄일 수 있다”며 “부모님이 많이 연로하시거나 판단력이 흐려지셨다면 성년후견을 신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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