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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뢰받는 CEO' 권오현 부회장의 갑작스런 사퇴…충격에 빠진 삼성전자

    입력 : 2017.10.13 11:44 | 수정 : 2017.10.13 11:48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대표이사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충격에 휩싸였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을 비롯해 인사팀, 홍보팀 등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며 삼성전자 직원들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13일 권오현 부회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내는 내년 3월까지 수행하고 더 이상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005930)DS 부문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직원들도 공식 발표가 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권 부회장의 사퇴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천수답 구조 메모리 사업을 혁신한 최초의 CEO

    32년간 삼성전자에 몸 담아온 권오현 부회장은 삼성 내부적으로 가장 신뢰 받는 CEO로 꼽힌다. 지난 2011년 DS 총괄을 맡은 이후 삼성 반도체가 고질적인 천수답(벼농사에 필요한 물을 빗물에만 의존하는 논) 구조에서 벗어나 기술 경쟁력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DS 총괄을 맡은 이후 D램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PC용 D램 사업을 과감히 줄였고,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수요가 커진 모바일 D램 기술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또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낸드플래시를 3D 낸드 중심으로 전환했다. 시황에 따라 가격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PC용 D램과 기존의 2D 낸드 등을 과감히 줄이고 고성능 모바일 D램, 3D 낸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신사업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통했다. 지난해 D램 가격 급락으로 경쟁사들의 영업이익이 50% 이상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는 오히려 이익규모를 늘려나가며 선전했다. 업계 최초로 삼성전자가 상용화한 3D 낸드도 40%를 넘나드는 달하는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후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도 삼성의 뒤를 따라 모바일 D램 분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3D 낸드로 사업을 전환했다.

    메모리 사업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시스템LSI 사업부도 권 부회장 체제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때 매출의 80~90%를 차지했던 애플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탁생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14나노 핀펫 공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하며 퀄컴, AMD, 엔비디아 등 새로운 고객사들을 확보하면서 성장 모멘텀을 강화한 바 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끌 '넥스트 권오현'은 누구?

    권 부회장 사퇴 이후 삼성전자의 대들보로 성장한 부품 사업을 누가 맡게 될 지에 대한 관심도 집중된다. 우선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차기 DS 총괄 후보자는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이다. 지난 1986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기남 사장은 삼성전자 D램 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 현재 DS 경영진 중 권 부회장과 가장 비슷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LED 등 주요 사업 전반을 두루 컨트롤할만한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권오현 부회장의 사퇴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라며 "권 부회장이 부품 사업 전반에 걸쳐 맡고 있는 역할이 너무 크기 때문에 마땅한 대체자를 떠올리기 힘든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다행히 최고의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권 부회장은 조만간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진에게 사퇴 결심을 전하며 이해를 구할 예정이고 후임자도 추천할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넥스트 CEO’를 발굴해 2018년 3월까지 인수인계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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