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깎아내리는 한국의 산업자원부

    입력 : 2017.10.13 03:14 | 수정 : 2017.10.13 14:32

    산업부 "원천 기술 미국이 보유, 美승인 없이 원전 수출 불가능"
    업계 "기술 자립해 승인 불필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UAE 한국原電 현장, 우수 사례로 둘러볼 세계 원자력 장관회의… 정부, 실장급 파견
    "케냐, 한국서 러시아로 변경"

    "도대체 산업통상자원부는 어느 나라 정부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미국 승인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자료를 내놓자 에너지 업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언론이 "한국형 신형 원전 APR1400의 원천 기술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어 미국 승인 없이 원전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하자 이를 사실상 인정해버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때에는 일부 미국 기술을 썼지만, 지금은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 왜 미국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APR1400은 신고리 5·6호기에도 적용될 모델이다.

    한국은 2010년 이후 원전 건설에 필요한 '3대 핵심 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원전의 운전과 제어·감시·계측, 비상시 안전 기능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원전의 두뇌'에 비유되는 계측 제어 시스템을 2010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했고, 2012년에는 원자로를 식혀주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 시스템을 작동시켜 방사능 유출을 막는 '원전 설계 핵심 코드'를 지난 3월 완성했다. 3대 핵심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나라는 우리 말고 미국·프랑스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한국전력은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APR1400은 100% 기술 자립이 끝나 미국의 동의 없이 수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부가 우리 원전의 우수성을 의도적으로 감추며 탈(脫)원전에 따른 수주 실패의 구실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이며 원전 수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원자력기구(IAEA)는 오는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세계 원자력 장관회의를 연다. 70~80개국 장차관이 참석하는데, 참석자들은 회의 후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시찰한다.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자랑할 기회다. 하지만 원전 주무 부처인 산업부는 국회 국정감사가 잡혀 있다는 이유로 백 장관 대신 실장(1급)을 보내기로 했다. 지난달에는 최소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건설 프로젝트 최고 책임자를 만나는 자리에 산업부는 서기관급 실무자를 파견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이 원전 수주를 위한 정상 외교를 펼치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원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총회가 14일 한국에서 개막하는데도 산업부는 홍보를 하지 않으면서 수출 세일즈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우리 자체 기술로 개발한 유럽 수출형 모델 'EU-APR' 표준 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얻었는데도 보도 자료를 내지 않았다. 지난 8월 세계 원전 규제 기관 중 가장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 6단계 중 3단계를 통과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주한규 서울대 교수는 "산업부가 말로는 원전 수출을 지원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 원전 수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 진보' 창립자 겸 대표는 12일 서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국과 케냐 정부 관계자로부터 '케냐가 한국에 원전을 발주하려다 러시아로 돌아섰고 영국은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컸는데 이제는 재고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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