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무심한 강아지

  • 문용민 음악평론가

    입력 : 2017.10.13 03:05

    문용민 음악평론가
    문용민 음악평론가
    내 작업실은 골목을 향해 나 있는 1층이다. 작업실 전면이 유리창으로 돼 있다.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앉아서 글 쓰는 즐거움이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행인들이 볼 땐 '가게'처럼 보이는 것 같다. 간혹 지나가던 동네 사람이 불쑥 문을 열고 들어와 '여긴 뭘 하는 곳이냐'고 묻는다. 이젠 익숙해져 나름의 기계적인 대처법도 익혔다. 하지만 여전히 대처법이 없는 방문객이 있다. 강아지다. 작은 몸집의 하얀 몰티즈.

    몇 달 전 녀석이 처음 방문했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사무실 바닥 위를 강아지 특유의 다급한 부산스러움으로 멈추지 않고 휘젓고 다녔다. 몸통의 털이 깨끗이 밀려 있는 걸로 봐선 주인이 있는 강아지 같았다. 나는 강아지의 털을 미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나의 취향이 고려 대상이 될 시점은 전혀 아니었다. 강아지를 보며 온갖 궁금증이 들었다. 왜 지금 여기에 와 있을까. 주인이 찾으러 올까. 주인이 강아지를 찾으러 불쑥 들어오면 거기엔 대처할 수 있는데 말이다.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은 채 그는 20여 분의 시간을 내 곁에서 보내고 나갔다.

    그러곤 그날 이후, 당연하다는 듯 강아지는 작업실에 종종 들르곤 한다. 보통 나는 급한 원고를 마감 중이고, 그 녀석도 언제나 부산하다. 녀석은 가끔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지만 그게 뭔지는 알기 어렵다. (한번은 안아달라는 뜻인가 싶어 잡아봤지만, 그는 "아니, 이것 말고"라는 의사를 확실히 표현했다.) 그는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스스로 만족하면 나간다. 여전히 그의 주인이 누군지 모른다.

    [일사일언] 무심한 강아지
    이젠 이 불청객에 대해 열심히 알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정보는 아무것도 없지만, 나쁠 것 없다. 그는 뛰어다니고 나는 내버려둔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우리 둘 사이는 그것이면 충분하다. 녀석을 보면서 때론 적당히 모른 채 놔두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단 걸 깨달았다. 조만간 간식이라도 사 놓을까 한다. 그의 다음번 방문이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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