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고교마다 賞 홍수

    입력 : 2017.10.13 03:16

    교육을 뜻하는 영어 에듀케이션(education)은 '밖으로'(ex)와 '끄집어내다'(ducere)의 합성어다. 학생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이 교육이다. 그래서 어린 학생일수록 칭찬을 많이 하고 상도 많이 주라고 한다. 어린이날 전교생에게 상(賞)을 주는 초등학교가 늘고 있다. 상 이름도 '편식 안녕상' '애교상' '씩씩 인사상' '밝은 미소상'같이 재치 있고 신선하다.

    ▶조선시대 서당에서도 그렇게 했다. 학동(學童)들이 천자문, 동몽선습, 십팔사략 같은 책을 뗄 때마다 세책례(洗冊禮)라는 걸 했다. 국수·송편 같은 음식 차려놓고 상을 주며 격려했다. 상은 받는 사람이나 안 받는 학생 모두를 분발하게 한다. 그림 그리는 데 빛나는 학생이 있고, 뭘 만드는 데 뛰어난 학생이 있을 것이다. 소설가나 시인 중에는 어렸을 때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후 글 쓰는 데 취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이가 많다. 이들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을 골고루 발견해 키워주는 것이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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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요즘 고교는 그러지 않는 모양이다. 상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는데 몇몇 학생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서울대 수시 합격생들이 고교 시절 받은 상이 한 사람당 평균 27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3년 동안 매달 하나씩 상을 받은 셈이다. 어느 학생은 120번이나 상을 탔다. 일주일에 한 번꼴이다. 상 종류도 문학과 예능·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 학생은 고교 3년 내내 교내 무슨 대회만 준비하다 끝났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3~4년 전부터 나타났다. 입시에서 내신 성적뿐 아니라 각종 대회 수상 실적까지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다. 서울대는 입학생 80%를 이렇게 뽑는다. 그러니 고교마다 명문대 합격생 늘리려고 상을 남발한다. 서울의 한 고교는 한 학년에 3년간 3700여 상을 뿌렸다. 심지어 '퍼즐 맞추기 상' 같은 것도 있었다. 처칠은 학창 시절 말썽꾸러기에 낙제생이었다. 생활기록부에 '품행이 나쁜 믿을 수 없는 학생으로, 의욕과 야심이 없다'고 적혀 있다. 그가 이 시대 한국 입시생이라면 갈 대학이 없을 것이다.

    ▶그 많은 상을 몇몇이 받을 때 지켜보기만 했을 나머지 학생들을 생각하니 답답하다. 그렇게 대학 들어간 학생 절반가량이 대학에 가서는 평균 A학점을 받는다고 한다. 대학은 학생들 취업에 유리하라고 'A학점 공장'이 된 지 오래다. 수상 실적이나 학점만 보면 우리나라는 인재 풍년이다.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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