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주의 폭력·행패로 가는 공영방송 사태

      입력 : 2017.10.13 03:19

      야당 추천으로 임명됐던 김경민 KBS 이사(한양대 교수)가 11일 사퇴서를 냈다. 김 이사는 동료 이사들에게 "협박과 압력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다.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언론노조 KBS 본부는 김 이사를 비롯한 야당 추천 이사들의 직장과 학교를 수시로 찾아가 시위를 벌이는 등 사퇴 압박을 가해왔다. 이에 앞서 지난달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야당 추천 이사가 "인신공격을 감당하기 힘들다"며 사퇴했었다. KBS·MBC 노조는 이사들의 개인 일터까지 찾아가 모욕을 주며 심리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이사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법인카드 내역을 불법 공개하는가 하면 인격 모독 표현이 담긴 동영상까지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사의 제자를 찾아가 질문 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상적인 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집단 행패와 폭력이 백주대낮에 아무런 제지 없이 자행되고 있다.

      우리 공영방송들은 말만 공영이지 실제로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 지금 여권이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때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래도 탄핵 사태까지 거쳐서 집권한 새 정권에선 조금 나아지려나 했지만 폭력·행패로 경영진을 자기편으로 바꾸려는 행태를 보니 다람쥐 쳇바퀴가 또 한 바퀴 돌아가는 것뿐인 듯하다.

      한 달 전 공개된 민주당 전문위원실 작성 문건엔 '야당 측 이사의 부정·비리를 부각시켜 퇴출시킨다'고 적혀 있다. '방송사 구성원 중심의 사장 퇴진 운동 전개'도 포함돼 있다. 실제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용부가 MBC 전·현직 사장을 검찰에 송치하는 등 정부도 경영진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

      지금 KBS·MBC는 새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하고 있지도 않다. 그래도 사장과 이사진을 다 친여(親與) 인사로 교체하겠다면 공영방송을 또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언론 장악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벌어지는 이 사태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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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민 KBS 이사 "협박·압력 못견디겠다"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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