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비서실장은 왜 '세월호 상황일지 조작' 직접 브리핑했나

    입력 : 2017.10.12 18:07 | 수정 : 2017.10.12 21:31

    7월 이후 대변인 브리핑 관행 깨고 '세월호'만 임 실장이 맡아
    그간 인사 참사에 대한 세 차례 사과 제외하곤 등장한 적 없어
    현 정부 대상 첫 국감 시작날 '적폐 청산' 여론전 점화로도 해석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 보고일지 등이 사후 조작됐다'는 파일 자료를 가리키며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의 이른바 '캐비닛 문건 발표'에 이례적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등장해 직접 브리핑했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쯤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통해 '30여분 뒤 세월호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한다'고 공지했다. 청와대 브리핑은 국민소통수석이나 대변인이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한다는 소식에 기자단은 크게 술렁였다.

    임 비서실장은 오후 3시30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등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통상 모든 문제에 대해 공개·비공개 브리핑을 해야 하는 언론 담당 참모진이 모두 배석했다.

    내용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이 사후에 30분 늦춰지도록 조작됐다는 것, 재난 컨트롤타워가 당초 청와대 안보실에서 정부 부처로 '격하'되도록 불법 변경했다는 내용이었다.

    임 비서실장은 "국정농단의 참담한 표본 사례로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임 비서실장이 기자들 앞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은 매우 드물었다. 지난 5월 취임 후 대변인 등 인선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 참모진 인선 발표와, 5월14일 대변인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관련 브리핑을 했다. 이후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완료된 뒤 세 차례(5월 26일, 6월20일, 9월15일) 더 직접 언론 브리핑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의 위장전입 문제가 논란일 때 5대 비리 전력자 인사 배제 원칙이 사실상 무너진 데 대해 사과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 낙마, 그리고 박성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따른 대국민 사과가 그것이다.

    초기 '5대 비리 전력자 배제 원칙'이 무너진 것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총리·장관급 인사 실패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임 비서실장이 그 문제와 관련해 직접 '등판'한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총리·장관급 인사에 대한 실패 책임을 차관 이하급인 수석이나 대변인이 언급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 등이 도맡아왔던 '캐비닛 문건'과 관련한 사안을 임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는 북한이 6차 핵 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일본 본토 상공을 넘어 발사하는 특급 안보상황이 발생했을 때 브리핑에 나서지 않았다. 신고리 5·6호기 중단이나 탈원전 정책 발표 때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문재인 청와대는 국가의 생존과 안위, 국민의 미래 먹거리 및 생활보다 ‘전(前) 정권 죽이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임 비서실장을 등판시켜 박근혜 청와대의 세월호 대응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적폐 청산'을 둘러싼 정치 공방 속에서 보수 세력 등을 상대로 한 대대적 여론전을 청와대가 직접 전개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이날은 현 정부 대상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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