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끄고, 붓 드는 소방관

    입력 : 2017.10.12 03:04

    부산 기장소방서 손종민씨… 화재 현장서 만난 사람들 그려

    손종민씨
    /손종민씨 제공

    부산 기장소방서 기장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손종민(48·사진)씨는 일주일 중 절반은 소방관으로, 나머지 절반은 수묵화가로 산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직업을 병행해온 지 21년째다. 기장군 풍경을 그린 수묵화로 개인전을 6회 열고 그룹 전시에 10회 참여했다. 이번에는 화재·사고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심리를 소재로 인물화를 그려 오는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 화인에서 전시한다.

    사군자 붓 대신 서양화용 편붓을 써서 거친 느낌과 입체적 질감을 표현했다. 원래 꿈은 전업 화가였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고교 졸업 후 서울 동대문 신발 도매상가에서 일했다. 25세 때 부산 동의대 미대에 들어갔다. 재학 중 수묵화에 푹 빠졌다. "화려한 맛은 서양화보다 떨어지지만, 먹의 농담과 붓 터치로 표현할 수 있는 사유와 감정은 더 깊고 넓죠."

    1996년 미대를 졸업하고 부산소방안전본부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다. "격일제 근무를 하고 월급도 안정적으로 나오니, 그림을 병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화재 진압과 구급대원 업무를 번갈아 맡아왔다. 대형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로 녹초가 된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았다. "위험에 처한 이들을 항상 마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로병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고독과 상처, 회한을 어루만지는 그림을 통해 작은 위안이라도 건네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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