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안들면 대통령이 해임하라… 뒷구멍으론 못 나간다"

    입력 : 2017.10.12 03:04 | 수정 : 2017.10.12 09:39

    [퇴진압력 받는 강규형 KBS 이사]

    김경민 사퇴로 야권1명 더 나가면 여권이 다수 돼, 사장 교체 가능
    "방송장악 시도, 예전엔 사장 겨냥… 지금은 방송국 사람 동원해 압력…
    홍위병 생활 창피 안하냐 물으니 노조가 '국민 홍위병'이라더라"

    본지 인터뷰를 통해 “KBS 노조로부터 이사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말한 강규형 교수.
    본지 인터뷰를 통해 “KBS 노조로부터 이사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말한 강규형 교수. /허영한 기자

    김경민 KBS 이사가 사퇴서를 냄에 따라 KBS의 야권 추천 이사는 6명으로 줄어든다. 여권 추천 인사가 이 자리에 임명되면 KBS 이사진은 여야 5대6으로 변한다. 야권 추천 이사 1명만 더 물러나면 여권 인사가 다수를 차지해 사장을 교체할 수 있다. 강규형(명지대 교수) 이사는 지난 몇 달 동안 김경민 교수와 함께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 9일 그를 인터뷰했다.

    ―권력의 방송 장악 시도는 예전에도 있었다.

    "예전엔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 지금은 방송국 사람을 동원해 이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 시나리오가 폭로됐으면 좀 창의적으로 바꿀 법한데 그대로 밀고 간다."

    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 공개된 보고서에서 야당 이사에 대해 '부정·비리를 부각해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

    ―왜 이사들을 겨냥하나?

    "이사 11명 가운데 여권 추천이 4명, 야권 추천이 7명이다. 야권 2명만 내보내면 그 자리를 여권이 가져간다. 여야 6대5로 역전된다. 뜻대로 사장을 바꿀 수 있다."

    현 이사진은 2015년 임명됐다. 내년 8월 임기가 끝난다. KBS 이사회엔 사장 임명제청권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해임제청권도 행사해 왔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바꾸려면 이사회 동의가 필요하다.

    ―야권 이사 모두 압력을 받고 있나?

    "나, 김경민(한양대 교수), 이원일(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이사 3명이 표적이다. 언론노조가 '방송 장악 부역자'라며 야권 이사 7명 중 4명을 명단에 올린 일이 있다. 여기에 속하지 않은 3명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다른 직업이 있으니 괴롭히기 좋다고 생각했겠지. 8월 초 법무법인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고 방학이 끝나자 학교로 몰려왔다."

    ―어떤 행동을 했나?

    "150여명이 집회를 했다. '다음엔 점잖게 찾아오지 않겠다. 우리가 일터에서 고통받는 것처럼 당신 일터에서 끝까지 싸우고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일부는 강의실 복도까지 왔다. 기자를 비롯해 4명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물러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나를 '부역자'로 꼽지도 않았으면서 왜 이러느냐고 물었다. 그 사실 자체를 몰랐다. 확인해 보더니 '지금이라도 명단에 올려 드릴까요' 하더라. '홍위병 생활하는 거 창피하지 않냐'고 물었다. 다음 날 (제2) 노조 위원장이 집회에서 이를 두고 '우리는 국민을 위한 홍위병'이라고 했다더라."

    전국언론노조 KBS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강규형 KBS 이사에게 “이사회에서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노조원들은 지난 정부 때 여권의 추천으로 이사가 된 이들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 지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사회에 참석하려는 강규형 KBS 이사에게 “이사회에서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KBS 노조원들은 지난 정부 때 여권의 추천으로 이사가 된 이들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교내 시위가 계속되고 있나?

    "대규모 시위는 한 번 했다. 1인 피켓 시위는 네 번 정도다. 수업 시간엔 두 번 찾아왔다. 두 번째엔 '비리를 찾았다'고 했다. 한 달에 100만원 쓸 수 있는 KBS 법인카드로 내가 애견 활동을 하고, 메이저리그 표를 샀다는 것이다. 2년 동안 애견 카페에서 결제한 금액이 36만원이다. 나는 애견인이다. 애견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신문과 시사 잡지를 읽는다. 이것만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LA구장에서 결제한 금액은 4만원이다. KBS 직원들과 '다저독'이란 핫도그를 사먹었다. 표는 사비로 샀다."

    강 교수가 법인카드로 결제한 분당의 D카페 주인은 본지 기자에게 "KBS 기자라는 사람이 강 교수는 물론 아내·아들 사진까지 들고 와 가족이 카드를 사용했는지, 어디에 사용했는지 물었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인카드로 식대는 결제할 수 있나?

    "이사회 사무국장이 커피숍·식당·도서·음악회·공연장·빵집에서 써도 된다고 했다. 법인카드 사용이 불법이 아니라 그 내용을 빼내 뒤를 캔 노조 행위가 불법이다."

    임흥순 당시 사무국장(현 보도본부 해설위원)은 본지 기자에게 "(강 교수 주장대로) 이사들에게 사용처를 공지했다"고 말했다.

    ―학교에 대한 압력은?

    "8월부터 시작됐다. 총장실로 전화해 '강 교수를 KBS 이사에서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자 총장·부총장 면담을 신청했다. 안 받아주니까 '그만두게 해달라'는 건의서를 총장실에 전했다."

    ―노조에선 이사직을 사퇴하면 안 캐겠다고 하던가?

    이 질문에 강 교수는 (제2) 노조 측이 보낸 휴대전화 문자를 보여줬다. '고생하지 마시고 그만 사퇴하세요. … 여기저기서 강 이사에 대해 제보를 해주시네요. 그냥 충고 드리는 겁니다.'

    ―9월 20일 이사회에 들어가다가 봉변을 당했다.

    "집단으로 몸으로 돌진하고, 누르고, 팔을 잡고, 끌어당기고, 가방을 빼앗고. 전치 2주 상처를 입었다."

    ―강 교수가 시위대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위대 곁에서 브이 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는데.

    "그들은 온갖 폭력, 폭언, 모욕을 다 한다. 노조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니 나를 두고 '개또라이'라고 하더라. 내가 왜 그들에게 꿀리나. 상대를 패놓은 자가 알밤 한 대 맞았다고 난리를 친다. 굴복하고 싶지 않다. 기죽고 싶지도 않고."

    ―방송법을 바꾸면 순리대로 교체할 수 있는데.

    "(정부에) 방송법을 개정해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어렵다고 한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만든 방송법 개정안은 여야 추천 이사를 7대4에서 7대6으로 바꾸고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임명하도록 했다.

    ―왜 어렵다는 건가?

    "정권을 잡으니 마음이 달라졌겠지. 탈레반을 데려오든, 차장을 사장으로 만들든 마음대로 하고 싶을 것이다. 법을 바꾸려면 시간도 걸리고. 마음에 안 들면 대통령이 나를 직접 해임하면 된다. '방송에 개입 안 한다'고 했으니 부담이 크겠지만. 야비하고 치졸하게 하지 말고 지지율 높을 때 부담을 져라. 법대로 하면 환영이다. 뒷구멍으로 나가라고 하면 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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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진압력 받는 강규형 KBS 이사는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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