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목청껏 외치더니… 돌연 꼬리 내린 카탈루냐

    입력 : 2017.10.12 03:04

    [스페인 정부와의 갈등 격화·기업 이탈 조짐에 독립선언 미뤄]

    "중앙정부와의 긴장 완화 위해 당분간 대화할 시간 필요하다" 자치권 확대 협상하려는 듯
    총리 "독립 선언 여부 확정하라"

    "독립을 선언한 것처럼 하다가 곧바로 그 효력을 정지시킨 혼란스러운 연설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 시각) 카를레스 푸이그데몬트 스페인 카탈루냐주 자치정부 수반의 자치의회 연설을 이렇게 평가했다.

    푸이그데몬트 수반은 이날 자치의회 연설에서 "주민 투표 결과에 따라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독립에 반대하는) 스페인과의 갈등을 완화하고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몇 주간 독립 선언의 효력 정지를 제안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실시된 카탈루냐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선 90.18%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가 투표함 압수 등의 방법으로 투표를 저지하면서 투표율은 43%에 그쳤다. 당초 외신들은 푸이그데몬트 수반이 이날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공식 선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주에도 "주민 투표에서 분리·독립 찬성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포하겠다"고 했었다.

    떨떠름한 카탈루냐 의회 - 카를레스 푸이그데몬트(맨 오른쪽)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10일(현지 시각)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방의회에서 독립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중앙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뒤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떨떠름한 카탈루냐 의회 - 카를레스 푸이그데몬트(맨 오른쪽)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10일(현지 시각)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지방의회에서 독립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중앙정부와 협상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연설을 한 뒤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푸이그데몬트는 이날 연설문 내용을 막판까지 손보느라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늦게 자치의회에 등장했다. 그러고는 "주민 의지는 분리 독립이지만 스페인과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 원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산만했던 40분짜리 연설은 결국 스페인 정부와 협상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연설 직후 푸이그데몬트를 비롯한 자치 정부 인사들은 '카탈루냐는 오늘 완전한 주권을 회복한다'고 적힌 독립 선언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 문서가 법적 효력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탈루냐주 정부가 물러선 데 대해 "스페인 정부와 갈등 격화,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사회 분위기 등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고 했다. 독립 투표 이후 주요 기업들이 카탈루냐를 떠나겠다고 밝힌 것도 독립 세력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침묵하던 독립 반대파 주민들도 최근 중앙 정부와 카탈루냐의 대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독립 세력을 압박했다.

    이날 바르셀로나에 있는 자치의회 인근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독립 선언을 기다리던 독립 지지자 수천명은 낙담했다. 대학생 율리아 루치(18)씨는 "실망했다"며 들었던 '에스텔라다(카탈루냐 기)'를 접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반면 정보통신 기업에서 일하는 라몬 카넬라(59)씨는 "푸이그데몬트를 믿는다"며 "이미 수많은 사람이 스페인과 관계가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탈루냐 지역 주민들은 18세기 스페인에 합병된 이후에도 고유의 언어와 관습 등을 유지해왔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11일 긴급 각료회의를 마치고 가진 TV 연설에서 "스페인 내각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에 독립을 선언한 것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요청하기로 했다"면서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답변에 따라 앞으로 상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가 독립을 공식 선언했다고 답변해오면 헌법 155조에 따라 곧바로 자치정부 권한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푸이그데몬트 수반의 연설은 스페인으로부터 더 폭넓은 자치권을 얻어내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푸이그데몬트는 이날 연설에서 "카탈루냐는 자치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고, 스페인 정부에 너무 많은 세금까지 내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앞으로 양측이 카탈루냐에 더 많은 자치권을 주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푸이그데몬트가 카탈루냐 독립을 유보하면서 이달 들어 1유로당 1.17달러 초반까지 떨어졌던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1.18달러대를 회복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이그데몬트가 대화를 강조한 만큼 카탈루냐 사태는 일단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나라정보]
    스페인 총리, 카탈루냐에 "독립선언 여부 결정하라"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