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25시] 文 검찰총장 "오늘 뭐 했는지 15분 단위로 적어 내세요"

    입력 : 2017.10.12 03:04

    검사 일과 점검위해 보고서 요구… 검사들 "뭘 했지?" 기억에 진땀
    야근 관행 개선하려는 시도 관측

    문무일 검찰총장

    얼마 전 문무일〈사진〉 검찰총장이 대검에 지시를 내렸다. '검사들을 선정해 하루 일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제출해달라' '하루 일과는 15분 단위로 쪼개 무엇을 했는지 적어달라'.

    대검의 담당 부서가 서울 지역 검찰청을 위주로 문 총장이 내준 '숙제'를 할 평검사 몇 명을 뽑았다. 주로 형사부 검사들이었다. 낙점(落點)을 받은 검사들이 난생처음 써보는 '15분 단위 일과 보고서' 작성에 애를 먹으면서 검찰 안에 그들의 고민이 알려졌다.

    '업무 시간 내내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잠깐 바깥 공기라도 쐬고 올 때는 뭐라고 적어야 하지?' '총장이 직접 읽어본다는데, 얼마나 솔직히 적어야 할까? '휴식'이 너무 많으면 혹시…' '보고서 작성하는 시간이 30분도 넘게 걸리던데 이 시간도 넣어야 하나?'

    어떤 검사는 몇 시간 동안 피의자를 조사하다가 그만 그 전에 뭘 했는지를 까먹는 바람에 보고서 쓰는 데 한참을 씨름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숙제를 받은 검사들은 방학 때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쓰던 기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문 총장이 이런 숙제를 내준 이유는 야근이 잦은 형사부 검사들의 업무 방식과 체계를 바꿔보자는 의도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피의자 조사나 경찰 지휘 같은 고유 업무 이외에 불필요한 잡일을 줄여 검사들이 제대로 업무에 집중하게 하자는 것이다. 문 총장은 검사들이 정규 근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면 야근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지론도 갖고 있다. 일선 고검장이나 검사장과 회식할 때 종종 "검사들이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검찰 내 반응은 갈린다. 부장검사급 이상 고참들 사이에선 '총장 생각이 일리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일선 검찰청의 차장검사는 "야근한다고 좋은 검사가 되는 것은 아닌데 후배들이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젊은 검사는 다르게 말한다. "우리가 낮에 게으름을 피우기 때문에 불필요한 야근을 한다는 것은 선배들의 선입견일 뿐이다. 옛날엔 어땠는지 몰라도 요즘은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형사부 검사는 전체 검사 2100여 명의 80%를 넘고 1인당 월평균 180건가량의 사건을 담당한다. 작년 한 해 동안 경찰 송치 사건, 고소·고발 사건 등 형사부가 처리한 사건이 250만건을 넘었다. 대검 관계자는 "형사부는 검찰의 주축이지만 특수부나 공안부에 비해 그동안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보고서는 형사부 검사들의 기를 살리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인물정보]
    문무일 검찰총장은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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