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먹여놓고… 어금니 딸, 친구 엄마가 찾자 "헤어졌다"

    입력 : 2017.10.12 03:09

    [피해자 실종신고 후 12시간 생존]

    '어금니아빠' 이영학 현장 검증… 왜 죽였냐 묻자 "죄송하다"
    휴대폰엔 퇴폐업소 운영 흔적, 아내에게도 성매매 강요한 듯
    에세이도 대필… 철저한 이중생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의 한 건물 앞.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강원도 영월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영학(35)이 현장 검증을 위해 나타났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이씨는 "왜 딸 친구를 죽였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 김모(14)양을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희소 난치병인 거대백악종(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종양이 자라는 병)을 앓는 이씨는 이 집에서 딸(14)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버린 혐의로 5일 체포됐다. 딸 이양은 김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이씨와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이씨 진술과 집 근처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근거로 "이씨가 김양이 집으로 온 다음 날인 지난 1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애초 살해 날짜가 지난달 30일이라고 했었다.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영학이 11일 오전 현장검증에서 피해 여중생 김양(14)의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차량에 싣는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일부 주민은 “얼굴을 공개해라” “천하의 나쁜 놈”이라고 소리쳤다.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영학이 11일 오전 현장검증에서 피해 여중생 김양(14)의 시신을 담은 여행용 가방을 차량에 싣는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일부 주민은 “얼굴을 공개해라” “천하의 나쁜 놈”이라고 소리쳤다. /오종찬 기자

    딸 이양은 김양을 지난달 30일 집으로 데려왔다. 이양은 이튿날 오전 11시 53분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오후 1시 44분 돌아왔다. 경찰은 그사이 이씨가 김양을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양의 부모는 지난달 30일 딸이 돌아오지 않자 이양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양은 "헤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당시 김양은 이양이 건넨 수면제를 먹은 상태였다. 김양 부모는 그날 오후 11시 20분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실종 신고 후 최소 12시간은 김양이 살아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학은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해왔다. 그동안 난치병을 앓는 딸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한 미담 주인공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수술로 어금니 하나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그런데 그가 그동안 사용해 온 소셜미디어에는 '양아(양아치) 오빠' 등의 필명으로 '함께 할 동생 구함.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룸 샤워실 제공'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씨가 휴대전화로 접속한 계정들엔 다수의 성관계 동영상이 있었고, 그중에는 아내 최모(31)씨가 등장하는 것도 있었다. 최씨는 지난달 5일 "성적 학대와 폭행에 시달렸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경찰은 이씨가 퇴폐업소를 운영하고, 아내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이씨는 복지재단 등에 집요하게 후원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2006년 이씨에게 2000만원대의 후원금을 전달한 한 복지재단 관계자는 "이씨가 '내 보따리 내놔라'는 식으로 후원을 요구했다"고 했다. 이씨 관련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는 "이씨가 집요하게 돈을 요구해 출판 전에 500만원 정도를 준 적이 있다"고 했다. 2007년 이씨 이름으로 나온 책 '어금니 아빠의 행복'도 대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동화·소설 작가로 활동했던 정성환(41)씨는 본지 통화에서 "기부 차원에서 이씨 부녀 사연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인세를 이씨에게 전액 주기로 했는데, 막상 책이 나올 때는 내 이름이 빠지고 이씨 이름만 저자로 적혀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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