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43분 한 골 터지자… 미국 눈물, FIFA·러시아는 '패닉'

    입력 : 2017.10.12 03:05

    [세계 축구팬 울리고 웃긴 '북중미 드라마'와 '남미 드라마']

    4위 머물던 파나마, 천금같은 '극장골'로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
    미국은 32년 만에 탈락… FIFA·러시아 "美기업 후원 줄어들라"
    4800억원 들여 2018·2022 대회 중계권 산 폭스스포츠도 '멘붕'

    2018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남미 지역 최종예선은 이변의 연속으로 11일 막을 내렸다. 북중미, 남미 국가에선 눈물과 환희가 교차했고,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축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어느새 북중미 최대 강호로 자리 잡은 미국이 깜짝 탈락했고, 남미는 물론 전 세계 최강자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모든 사태의 시작은 후반 43분 터진 파나마의 골이었다. 단 한 번 출렁인 골망에 북중미 대륙이 발칵 뒤집혔다. 이 한 골로 파나마는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고, 지금까지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던 미국은 32년 만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쪼그려 앉아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싼 미국의 크리스천 풀리식의 모습이 애처롭다.
    선수는 얼굴을 들 수 없었고, 경기를 지켜본 미국 축구 팬들은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11일 트리니다드토바고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쪼그려 앉아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싼 미국의 크리스천 풀리식의 모습이 애처롭다. 미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파나마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10차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로 코스타리카에 2대1 승리를 거뒀다. 이 골은 4위에 머물렀던 파나마를 러시아 직행 마지노선인 3위로 이끌었다.

    동시에 이 골은 북미 전체를 휩쓰는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이전까지 3위로 러시아행이 유력했던 미국이 최대 피해자가 됐다. 미국은 이날 꼴찌 트리니다드토바고에 1대2로 패하면서 플레이오프 기회조차 없는 5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미국은 당초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설사 패하더라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의 수'가 미국을 집어삼켰다. 5위였던 온두라스까지 본선 진출이 확정된 멕시코를 3대2로 누르면서 4위로 점프해 미국이 가질 수 있었던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빼앗아간 것이다. 북중미의 월드컵 진출권은 3.5장(3장은 본선 직행, 0.5장은 아시아의 호주와 플레이오프를 의미)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축구 역사상 가장 어두운 암흑의 날"(CBS), "미국 축구 애도의 날"(ESPN)이라고 전했다.

    후반 43분 파나마의 한 골이 불러온 '나비효과' 외
    파나마의 한 골 때문에 미국, FIFA(국제축구연맹), 2018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모두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풋볼(미식축구)·야구·농구·아이스하키라는 4대 종목의 위상에 눌렸던 미국 축구는 재작년부터 MLS(메이저리그 사커) 평균 관중이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면서 약진을 자신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2026년 월드컵 공동 개최도 추진해 왔다. 하지만 2018월드컵 탈락으로 미국은 당분간 '축구 겨울'을 맞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 시장인 미국 내 축구 전파에 전력투구해 온 FIFA도 큰 타격을 입었고, '세계의 큰손'인 미국 기업들이 후원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최국 러시아도 적잖은 피해를 보게 됐다.

    '파나마발 나비효과'의 금전적 피해도 천문학적이다. 가장 울고 싶은 쪽은 미국 내 월드컵 중계권을 처음 사들인 폭스스포츠다. 폭스스포츠는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 중계권을 구입하는 데 4억2500만달러(약 4800억원)를 썼다. 이에 더해 미국의 러시아행이 당연하다고 판단해 이미 미국 최대 통신사, 글로벌 자동차 회사 등과 후원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월드컵 기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2층짜리 스튜디오를 지어 350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미국의 방송사 관련 뉴스를 다루는 브로드캐스팅케이블닷컴은 이날 "미국 팀이 없는 월드컵을 지켜볼 미국인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미국의 월드컵 진출 실패로 폭스스포츠가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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