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전 규제' 말고 '사후 엄벌'하라

  •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입력 : 2017.10.12 03:14

    일부 기업의 불법 행위 막으려 규제 만들수록 선한 기업 被害
    '범법 적발되면 엄벌'로 바꾸면 규제 비용 줄고 경제 활력 생겨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
    전성철 IGM세계경영연구원 회장

    나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 파고를 성공적으로 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규제 개혁을 꼽는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창의성 폭발인데 대한민국같이 온갖 규제가 온갖 것을 틀어쥔 상황에서 창의성이 만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결국 다른 나라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어째서 우리나라만 유독 규제가 심할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사후 규제 아닌 사전 규제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규제란 본질적으로 선한 의도에서 나온다. 시민에게 가해질지 모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발동하는 것이 규제다. 예를 들어, 기업이 하천에 폐수를 방류하면 시민은 엄청난 피해를 본다. 정부는 이를 막아야 하니 규제를 발동한다. 하천 주위에 있는 모든 공장에 폐수 처리 설비를 강제하고 이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중간보고를 요구하며 사전·사후 점검도 한다. 하천 근처에 공장 300개가 있다고 하자. 하천에 폐수를 방류하는 몰염치한 짓을 하는 공장은 몇 개 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라고 하자. 그 10개 때문에 나머지 290개 공장은 많은 돈을 들여 규제가 요구하는 시설을 하고 점검을 받는 등 온갖 귀찮은 일을 해야 한다. 이게 사전 규제다. 소수의 범법자 때문에 애꿎은 다수가 불필요한 피해를 본다. 행정부의 규제란 기본적으로 '사전 규제'이며 사전 규제란 불가피하게 수많은 선량한 기업들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그 선량한 기업들이 받는 피해를 '규제 비용'이라고 한다.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를 '사후 규제'를 통해 해결한다. 다시 말해 범법(犯法)이 발생했을 때 강력하게 처벌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폐수를 방류했을 때 이를 혹독하게 징벌하는 것이다. 사후 규제의 가장 큰 장점은 범법자에게만 징벌을 가함으로써 규제의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사후 규제의 주역이 바로 사법부다.

    대법원 앞에 세워진 법과 정의의 상. /조선일보 DB
    법을 어기고자 하는 기업은 항상 계산을 하기 마련이다. '발각당했을 때의 비용 곱하기 발각될 확률'이 그 한쪽이고 '발각되지 않았을 때 얻는 경제적 혜택'이 나머지 한쪽이다. 두 쪽을 비교해 후자가 전자보다 크면 기업은 범법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행정부가 내리는 벌칙은 성격상 엄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법부에 적절한 여건을 조성해 주면 징역형을 포함해 훨씬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범법에 따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많이 주저하게 된다. 범죄 방지 효과가 행정규제 때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사법부의 징벌이 훨씬 더 엄중할 수 있는 이유는 범법자로 하여금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피해 보상까지 제공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피해자 입장에서도 훨씬 더 공정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선진국이 규제 개혁의 핵심 수단으로 사법부를 활용한다. 우선, 법원에 다양한 징벌 수단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징벌적 손해 배상이다. 범법자에게 실제 그가 입힌 피해액보다 몇 배나 더 큰 액수를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효율적인 집단 소송제이다. 모든 피해자가 쉽고 간편하게 피해 보상 소송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배상액도 높아진다. 이런 것들이 범법의 유혹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우리가 지난 수십년 동안 그렇게 규제 완화를 부르짖었는데도 규제가 풀리지 않은 것은 경제발전을 행정부가 주도하면서 사전 규제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사후 규제 시스템이 불비해져 버렸다. 국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책무를 진 행정부에 무조건 사전 규제를 없애라고 몰아칠 수는 없다. 먼저 확실한 사후 규제책을 만들어 놓고 요구해야 한다. 사후 규제 제도의 직접적 수혜자는 대다수 선한 기업들이다. 규제의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수혜자는 국민이다. 규제가 줄수록 경제가 더 활력 있게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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