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치어 방류 50년… 기특한 우리의 연어

  • 이철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센터장

    입력 : 2017.10.12 03:08

    이철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장
    이철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내수면생명자원센터장

    설악이 단풍으로 물드는 이맘때면 동해안 하천도 연어 떼로 검붉게 물든다. 3~5년 전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연어들이다. 몸무게 1g에 길이 5~7㎝밖에 안 되던 어린 연어들은 북태평양 베링해에서 2~3kg짜리 어미로 성장했다. 그리고 일생에 단 한 번 알을 낳으러 2만㎞를 헤엄쳐 온다. 10월이면 시작되는 아름다운 귀향이다.

    연어는 모천(母川) 회귀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여러 나라가 치어를 방류한 뒤 돌아올 때 어획을 올린다. 우리도 방류 사업을 50년간 꾸준히 한 끝에 가을마다 어민들이 동해안에서 10만 마리 안팎을 잡아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1967년 강원 삼척에 첫 근대식 연어 부화장을 착공해 이듬해 완성했고, 1970년 부화시킨 연어를 처음 방류했다.

    북태평양 공해(公海)에서는 국제사회가 연어잡이를 엄격하게 막아 자원을 보호한다. 북태평양에서 연어를 생산 관리하는 나라는 한국·미국·캐나다·일본·러시아의 다섯이다. 그중 우리가 연어가 성장하는 베링해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방류량도 가장 적다. 어미가 오는 하천 생태 환경도 빈약해 47년간 평균 회귀율이 0.64%에 그친다. 하지만 1%도 안 되는 회귀율이나마 꾸준히 방류·관리했기에 연어의 자원화를 이룰 수 있었다. 수산 자원 조성은 긴 호흡으로 투자하고 전문가를 키워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래야 후대에도 연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연어엔 핵산과 고도불포화지방산 DHA가 많다. 그래서 주로 식품과 가공 제품에 활용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쓰임새가 다양해졌다. 정소(精巢)에서 빼낸 조직 재생활성 물질을 이용해 의약품과 화장품을 만든다. 피부를 되살리는 의학 제품에도 쓴다. 우리나라는 연어를 활용한 바이오산업에서도 독보적 자리에 있다. 연어를 단순히 생산·방류하는 차원을 넘어 하천에 자연 산란장을 만들고 생태공원으로 가꿔 관광 교육장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동해안 연어의 자원화가 여기까지 온 데엔 선견지명을 갖고 씨를 뿌린 선배들이 있었다. 그리고 방류 사업에 꾸준히 헌신한 연구자와 종사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우리도 후손에게 연어를 아름다운 유산으로 물려줄 의무가 있다. 곱게 물든 설악 단풍을 기다리듯 동해안 어미 연어의 힘찬 귀향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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