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위기에 대통령이 '할 게 없다'고 하면 국민은 누굴 보나

      입력 : 2017.10.12 03:20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 매티스 국방장관과 북한의 향후 도발 시 사용할 군사적 옵션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매티스 장관 보고와 논의의 초점은 어떤 형태의 북한 공격에도 대응하고 핵무기 위협을 막기 위한 다양한 옵션"이라는 발표까지 했다. 그 즈음 전략폭격기 B-1B 편대는 동해뿐만 아니라 서해에서도 폭격 훈련을 벌였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의 안보 위기 상황에 대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에도 이와 비슷한 무력감을 토로한 바 있다. "우리에게 (현 위기를)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무력감 표출은 어느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북은 미국과 담판으로 한국을 깔고 앉으려 한다. 그래서 미국을 겨냥한 핵 ICBM을 개발하려 한다. 미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간에서 양비론만 펴고 있다. 이 모두가 핵을 갖고 자국 의지를 관철하려는 국가이다. 여기에 핵이 없고 안보도 미국에 의존한 한국이 행동할 범위는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계속 무력감을 토로하는 것은 설사 무력한 상황이 사실이라고 해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보위(保衛)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최고 사령관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고개를 자꾸 떨구면 병사들은 누구를 쳐다봐야 하나. 다른 나라들은 우리를 어떻게 보겠나. 이러다간 우리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우리는 완전히 변방으로 밀려나 버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무력감은 자초한 부분이 크다.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등 우리가 가진 카드를 스스로 다 던져버렸다. 실제로 추진하지 않더라도 전략적 NCND(확인도 부인도 않는)로도 얼마든지 협상력을 높이는 힘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손발을 다 묶고 '할 게 없다'고 하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지금이라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책무'라고 한마디만 해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문 대통령은 불과 얼마 전까지 '한반도 운전석'에 앉겠다고 했다. 얼마나 한반도 문제에 환상을 갖고 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 환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운전석이 아니라 조수석에도 앉지 못하는 사태가 온다.

      같은 날 청와대는 이 모든 질곡을 만들어낸 김정은이 아니라 트럼프와 미국을 비판하는 한 소설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트럼프의 언행을 좋아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북핵을 막으려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이 이 소설가와 생각이 같다면 문 대통령의 무력감은 북핵을 막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막지 못해서 생긴 것이 된다. 정말 그런가.

      지금 많은 국민이 불안해한다. 미국이 북핵을 막지 못하면 5100만 국민이 김정은의 핵 노예로 살아야 하고, 미국이 북핵을 막겠다고 군사 공격을 하면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모두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는다. 국민이 이럴 때 믿고 의지할 단 한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갈 길을 제시하고 앞장서기를 바란다. 그런데 대통령이 '할 일이 없다'고만 한다. 더 반복되면 대한민국은 '선장 없는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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