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해로한 100세-98세 老부부, 캘리포니아 산불로 함께 숨져

    입력 : 2017.10.11 17:42

    미국 캘리포니아 주 북부를 뒤덮은 화마로 인해 잿더미가 된 나파 카운티의 한 집터에 10일(현지시간) 타다 남은 오토바이와 차고 가재도구 등이 널브러져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 북부 지역을 삼킨 초대형 산불로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76년간 해로해 온 노부부의 사망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ABC뉴스 등 현지 언론은 10일(현지 시각) 이번 화재로 숨진 찰스 리피(100)와 새라 리피(여·98) 부부의 사연을 소개했다.

    리피 부부는 산불로 전소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령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두 사람이 순식간에 번진 불길을 피하지 못해 화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숨진 리피 부부의 아들 마이크(71)가 집이 화재로 불탄 흔적을 둘러보는 모습./AP=연합뉴스

    부부의 아들 마이크(71)는 “어머니는 5년 전 중풍을 앓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방에 누워 지내셨다”면서 “불이 났을 때 다른 방에서 주무시던 아버지가 어머니 방으로 가려다가 쓰러지신 것 같다”고 말했다.

    리피 부부는 초등학생 시절에 처음 만났으며, 올해가 결혼한 지 76년째였다. 마이크는 “두 분 모두 혼자서는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함께 가신 것”이라고 했다.

    리피 부부의 생전 모습./AP=연합뉴스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리피 부부를 포함해 총 17명으로 늘었다. 다른 희생자들의 신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최소 100여 명이 다치고, 가옥 2000여 채가 불탔으며, 2만여 명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피해 규모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앞으로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8일 저녁 ‘와인’으로 잘 알려진 나파밸리 칼리스토 계곡에서 시작된 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져나갔다. 소방관 수천 명이 투입돼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때문에 아직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일대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했으며,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나파와 소노마 등 8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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