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이 준 기밀사진까지 北 손아귀에 들어갔다

    입력 : 2017.10.11 03:05 | 수정 : 2017.10.11 08:44

    [北에 해킹당한 군사기밀]
    北무인기 대응조치도 유출… 韓·美 군사정보 공유에 타격 우려

    美위성·정찰기의 영상·통신정보, 한국軍의 '눈'과 '귀'인데…
    北이 활용땐 對北감시 능력 약화… 美軍이 정보 공유 기피할 수도
    "한국에 정보 주면 北·中에 샌다" 일본측 주장에 힘 실어주게 돼

    작년 9월 우리 군(軍) 데이터베이스(DB)센터 격인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가 북한 추정 해커에 뚫렸을 때 미군이 비밀로 분류해 우리 군에 제공한 북한 관련 사진, 북 무인기 도발 시 우리 군의 대응 조치 등의 정보도 유출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미군이 수집한 정보가 우리 군의 잘못으로 북한에 유출된 것이어서 향후 한·미 간 군사정보 공유에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영무(왼쪽) 국방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송영무(왼쪽) 국방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낙연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인 추정 해커가 군 내부망(국방망)에서 빼내간 기밀문서에는 한·미 양국의 대북 정찰 및 첩보 수집 자산과 이들의 운용 현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우리의 대북 정찰 자산 운용 현황을 파악할 경우 김정은의 동선 노출을 최소화하고 미사일 등 도발 시에도 한·미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유출 자료 중에는 미군이 자체적으로 수집해 우리 군에 제공한 사진 파일이 다수 포함됐다"고 했다. 다만 기밀로 분류된 사진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군은 해킹 사건이 터진 후 "외국 정부 등에서 받은 자료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작계 5015 등 군사기밀 유출 경과 표

    미군은 그동안 북한 내 영상·통신정보를 수집해 우리 군과 공유하며 한국군의 '눈'과 '귀'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키홀(열쇠 구멍)'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KH-12 정찰위성이다. KH-12는 300~500㎞ 상공에서 하루에 3~4차례씩 북한 상공을 지나면서 북한 내 동향을 파악한다. 오산기지에서 이륙하는 미군 U-2 정찰기는 북한 전후방 지역을 촬영하고 주일 미군기지 등에서 이륙한 미군 RC-135 정찰기는 통신 감청을 통해 북한군의 신호 정보를 수집한다. 미군은 이 같은 방식으로 수집한 북한 관련 정보를 우리 군과 공유해왔다. 안보 전문가들은 "유출 자료 가운데 미군이 제공한 대북 감시 자료가 포함돼 있고, 이 정보가 한국 측 실수로 북한 해커에게 넘어갔다면 앞으로 미군이 정보 공유를 기피할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9년 한국군이 가지고 있던 '작전계획 5027'(현재 작전계획 5015의 이전 버전) 요약 문서가 북한 해킹으로 유출되자 월터 샤프 당시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군 수뇌부는 우리 군에 강력히 항의했고,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군에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2009년 당시 북이 빼내간 문서는 파워포인트 파일 11쪽 분량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해킹으로 유출된 정보는 A4용지 1500만여 쪽 분량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일본의 일부 군사전문가와 학자들은 미·일이 자체 수집한 정보를 한국에 제공하면 이 정보들이 북한이나 중국으로 새어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주장을 해왔는데, 이번 사건이 이런 주장에 명분을 주는 결과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북한의 무인기 공격에 대비한 우리 군의 대응 조치 관련 문건도 다수 유출됐다고 했다. 북한이 재래식 폭탄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장착한 공격용 무인기로 국지 도발하는 상황을 가정해 우리 군이 세운 대비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획이 북측에 고스란히 유출되면서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대비책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한이 우리의 무인기 대응 조치를 낱낱이 파악한 만큼 이를 피하는 방향으로 무인기의 대남 침투 작전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무인기를 공격용뿐만 아니라 정찰용으로도 쓰고 있다. 최근 국내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에서는 청와대와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 군부대 등 한국 내 주요 시설을 찍은 사진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기관정보]
    국방부, 북한에 군사기밀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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