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준비 돼 있나" 6·25가 남긴 반성… 美국방, 다시 꺼냈다

    입력 : 2017.10.11 03:11 | 수정 : 2017.10.11 08:18

    [오늘의 세상]
    매티스 장관, 책 '이런 전쟁' 추천… "6·25는 준비되지 않은 전쟁"
    한반도 군사 충돌 방지 질문에 6·25 참전 美 장교가 쓴 책 언급

    - 페렌바흐의 책 '이런 전쟁'은
    싸울 의지 부족하니 준비도 미흡, 北 남침·중공군 참전 예상 못해
    매티스, 철저한 전쟁 준비 강조 "미군이 할 일은 군사 옵션 보장"

    ‘이런 전쟁’ 한글 번역본 제목은 ‘한국전쟁’ -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언급한 ‘이런 전쟁’은 1965년 ‘실록 한국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본(오른쪽)이 나왔지만 이후 절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쟁’ 한글 번역본 제목은 ‘한국전쟁’ - 제임스 매티스(왼쪽) 미국 국방장관이 언급한 ‘이런 전쟁’은 1965년 ‘실록 한국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본(오른쪽)이 나왔지만 이후 절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9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주최 행사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미군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매티스 장관은 구체적인 답변 대신 "페렌바흐의 저서 '이런 전쟁(This kind of war)'을 읽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도, 나도 말할 수 없다. 미 육군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군사 옵션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전쟁'에 무슨 내용이 담겼기에 미 국방장관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미국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을 언급했을까. 미국 역사가 T. R. 페렌바흐가 1963년에 출간한 '이런 전쟁'은 6·25 전투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로 유엔군의 첫 전투와 북진 과정, 휴전회담 등을 그렸다. 그는 6·25 때 장교로 참전했던 인물이다. 이 책은 '실록 한국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우리 말로도 번역됐었다.

    이 책의 초판 부제는 '준비되지 않음에 대한 연구'였다.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지난 6월 국방일보에 기고한 이 책 서평에서 "전장의 가혹한 현실을 통해 저자가 하려는 얘기는 한 가지다. 미국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북한의 남침과 중공군 참전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을 거론했다. 그는 또 이 책에서 6·25를 '힘이 아닌 의지의 대결'로 규정했다. 미국과 소련·중국, 어느 국가도 확전을 우려해 100%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의지가 이 전쟁 발발과 전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매티스 장관이 이날 '이런 전쟁'을 읽어보라고 한 것도 '이기려는 의지와 군사행동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 수뇌부가 최근 잇따라 군사행동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북한의 위협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와 철저한 준비의 중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도 이날 대북 군사 옵션과 관련해 "위험 없는(risk-free)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무한한 것도 아니다"고 했다.

    ‘과거의 실수’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9일 언급한 페렌바흐의 ‘이런 전쟁’은 6·25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미군이 준비되지 않은 전쟁을 수행했다고 기록했다. 사진은 종군 사진기자 앨 창(1922~2007)이 1950년 8월 6·25 전장(戰場)에서 찍은 것으로 전우를 잃은 미군 병사 둘이 슬퍼하는 동안 다른 병사(왼쪽)가 전사자(戰死者) 기록을 작성하는 모습이다.
    ‘과거의 실수’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9일 언급한 페렌바흐의 ‘이런 전쟁’은 6·25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미군이 준비되지 않은 전쟁을 수행했다고 기록했다. 사진은 종군 사진기자 앨 창(1922~2007)이 1950년 8월 6·25 전장(戰場)에서 찍은 것으로 전우를 잃은 미군 병사 둘이 슬퍼하는 동안 다른 병사(왼쪽)가 전사자(戰死者) 기록을 작성하는 모습이다. /AP 연합뉴스
    이 책에 따르면 1950년 6월 25일 전후 남한에 있던 미국 군사고문단은 중국 국공(국민당·공산당) 내전 때처럼 6·25전쟁의 추이만 지켜봤다. 시사 주간지 타임은 전쟁 발발 3주 전에 "한국군은 미군 이외에 최고의 군대"라고 했지만, 한국군의 장비로는 북한군의 T-34 탱크를 막을 수가 없었다.

    1950년 7월 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유엔군으로는 한국에 처음 파견된 스미스 부대에 내려진 명령은 "대전 이북으로 가서 내려오는 북한군을 막아라. 더 이상의 정보는 없다. 제군들의 행운을 빈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들도 남진하는 소련제 T-34 탱크를 막기 위해 70㎜ 무반동총과 바추카포를 발사했지만 북한 탱크에 작은 상처만 낼 뿐이었다. 어떤 포탄은 너무 오래돼 제때 터지지도 않았다고 했다. 준비가 전혀 안 된 미군은 패할 수밖에 없었다. 개전 초 한국에 파병된 미군은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허겁지겁 달려온 수준이었다.

    6·25 당시 미국의 '준비 부족'은 1990년대 이후 북핵 사태의 전개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묵인하다가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전 배치에 다가서자 그제야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날 매티스 장관이 '이런 전쟁'을 언급한 이면에는 북한의 전쟁 의지를 과소평가하고 준비가 부족했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에 '(미국은) 25년 동안 북한을 다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수십억달러만 주고 얻은 것이 없다'고 적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 책에 대해 "오늘날까지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책"이라고 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울 의지가 있는가'란 50여년 전 이 책의 물음은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도 여전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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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국방이 언급한, 6·25전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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