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일생에서 가장 바쁜 추석을 보냈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이 최근 보도했다. 장쩌민, 후진타오, 리펑, 주룽지, 원자바오 등 원로들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직접 준비해 추석 당일인 지난 4일에 맞춰 보냈다는 것이다. 이번 편지는 단순한 명절 축전 이상의 의미가 담겼다고 보쉰은 전했다. 오는 18일 개막하는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자신이 만든 최고 지도부 인사안을 양해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보쉰은 "(인선이 일찌감치 확정됐던) 과거 당 대회와 달리 이번엔 시 주석과 당 원로들의 의견이 아직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전례 없이 격렬한 권력투쟁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의 외교가에서도 "이번 당 대회는 5년 전 18차 당 대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7명의 상무위원을 포함한 25명의 정치국원 인선을 정확하게 맞혔던 홍콩·중화권 매체들이 이번에는 자신 있게 명단을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4~5개 버전의 상무위원 예상 리스트가 떠도는 수준이다.

[중국 19차 당대회 '시진핑 군단' 뜬다]

일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계파 안배와 관례라는 과거 인사의 두 잣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시진핑 주석이 덩샤오핑 시대 이후 제도화된 집단 지도 체제와 권력 승계의 관행을 뒤흔들면서 이전과 달리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번 당 대회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유임이 확정된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와 함께 최고 지도부를 구성할 신임 상무위원 인선이다.

시 주석 측근으로는 그의 30년 지기이자 비서실장인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 저장성 출신 측근인 천민얼 충칭시 서기, 시 주석과 같은 산시성 출신인 자오러지 당 조직부장, 반부패 선봉장인 왕치산 상무위원 등 4명이 거론된다. 경제를 맡고 있는 왕양 부총리와 차기 최고 지도자 후보인 후춘화 광둥성 서기,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 등 공청단파 3명도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상하이방인 한정 상하이 서기,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 3대에 걸쳐 외교 책사로 활약하고 있는 왕후닝 당 중앙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주임 등도 후보군이다.

중화권 매체와 외신들은 이 중 왕양 부총리와 리잔수 주임, 후춘화 서기, 한정 서기를 공통적으로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최고 지도부 내에 시 주석 측근 그룹의 숫자가 적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시 주석이 왕치산 상무위원의 유임과 천민얼 서기의 상무위원 발탁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69세인 왕치산을 유임시키려면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퇴임)'라는 당내 불문율을 깨야 하는 문제가 있다. 구이저우성 서기 외에 이렇다 할 경력도 없고 아직 중앙위원(정치국원 아래 등급)에 불과한 천민얼 서기를 두 단계 승진시켜 최고 지도부에 앉히는 데 대해서도 당내 논란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시 주석이 당 원로들의 반발을 뚫고 왕치산 유임과 천민얼 발탁을 모두 관철할 수 있느냐가 이번 당 대회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 시대를 끝으로 사라졌던 당 주석제를 부활시키거나 현재 7명인 상무위원을 5명으로 줄여 1인 지배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계속 나온다.

하지만 당 주석제 부활은 마오쩌둥 독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아 관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이다.

공산당 당장(黨章)에 '시진핑 사상'이란 표현이 들어갈 것인지도 이번 당 대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도 임기 중반인 17차 당 대회 때 자신의 '과학적 발전관'을 당장에 반영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마오쩌둥에 대해서만 '마오쩌둥 사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덩샤오핑(鄧小平)에 대해선 '덩샤오핑 이론', 장쩌민은 '3개 대표 이론', 후진타오는 '과학적 발전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시 주석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당장에 넣는다면, 공산당 역사에서 마오쩌둥·덩샤오핑 반열의 지도자에 오르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