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코마네치'… 세계를 점프하다

    입력 : 2017.10.11 03:03

    중국계 미국인 모건 허드
    세계체조선수권 개인 종합 우승… 도쿄올림픽 미국의 희망으로
    스포츠 고글 아닌 일반 안경 써… 해리 포터 작가 롤링 "안경 영웅"

    작은 몸집의 소녀가 경기장에 등장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미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그의 외모가 동양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녀는 기계체조 선수로서는 매우 드물게 안경을 쓰고 있었다. 몸을 돌리고 비틀 때도 안경을 벗지 않았다. 사람들은 소녀를 의아하고 신기하게 쳐다봤다.

    지난 7일 세계기계체조선수권(캐나다 몬트리올) 개인 종합 경기에 출전한 허드가 평균대 종목에서 뛰어올라 연기하는 모습.
    안경 요정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7일 세계기계체조선수권(캐나다 몬트리올) 개인 종합 경기에 출전한 허드가 평균대 종목에서 뛰어올라 연기하는 모습. 허드는 이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다른 종목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허드가 경기에 나설 때 쓰는 안경은 일반인용으로, 안경 다리에 끈을 묶어 얼굴에 고정한 것이다. 그에게 안경은 금메달을 향해 비상(飛上)하도록 돕는 날개 같은 존재다. /AP 연합뉴스
    9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막을 내린 FIG(국제체조연맹) 세계기계체조선수권대회. 안경 쓴 체조 소녀 모건 허드(16)는 자신을 향한 호기심을 경탄으로 바꿔놓았다. 지난 7일 개인종합(도마·이단평행봉·마루·평균대 합산)에서 우승한 데 이어 9일 평균대 종목에선 은메달을 따내 최고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체조의 꽃이라 불리는 개인종합 타이틀은 전 종목에서 고루 뛰어난 만능선수만이 차지할 수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미국은 메달 5개를 따냈는데, 그중 2개가 허드 것이었다. 올림픽을 제외하면 기계체조 최고 권위를 갖는 대회가 세계선수권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들은 "모건 허드가 2020년 도쿄올림픽 미국 대표팀의 희망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또 허드가 세계선수권 개인 종합 3연패, 리우올림픽 4관왕을 이뤄 체조 여왕으로 자리 잡은 시몬 바일스(20)의 경쟁자가 될 것이란 평가도 쏟아지고 있다.

    허드는 2001년 7월 중국 남부 광시성 우저우에서 태어난 직후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기계체조를 처음 접한 건 세 살 때였다. 미국인 어머니가 딸의 취미 활동을 위해 기계체조 체육관, 아이스하키 링크, 축구장 등에 보냈는데 허드는 유난히 작은 몸집 탓에 체조 외 다른 스포츠에선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허드가 축구에도 열심이었지만 체격이 너무 작아 공을 잡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대신 기계체조에선 허드의 작은 체구가 빛을 발했다. 허드의 키는 지금도 137㎝에 불과하다. 그를 가르쳤던 코치들은 "허드는 다른 아이들보다 날렵했고, 별나게 몸이 유연한 선수였다"고 기억한다. 결국 그의 어머니는 허드가 여섯 살 때 새로운 전문 코치에게 아이를 맡겼다. 체조에 특화된 신체를 바탕으로 허드는 남들보다 훨씬 빨리 기술을 익혔다. 빠르게 성장해 오던 허드는 올해 국제 무대에 데뷔했고, 대표팀 선발전을 뚫고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체조 전설 나디아 코마네치(56·루마니아)가 그에게 금메달을 걸어줬다. 허드는 "어릴 때 의상을 따라 할 정도로 좋아했던 코마네치가 눈앞에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 이후 그만큼 주목받는 게 그의 '안경'이다. 허드는 일반인용 안경의 다리에 고무 끈을 묶어 고정하고 경기한다. 시력 나쁜 운동선수들이 스포츠용 고글을 쓰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허드 같은 예는 찾기 어렵다. 허드는 "한때 콘택트렌즈를 껴 봤지만 금방 눈이 건조해졌다. 렌즈를 뺐다가 넣는 일도 싫었다"고 했다.

    소설과 영화 해리 포터의 광팬인 허드는 평소 자기 트위터에 해리 포터 속 주인공 차림을 한 사진이나 영화의 배경을 꾸며놓은 놀이동산에 찾아간 모습 등을 올려놓는다. 이를 알게 된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은 그의 세계선수권 우승을 축하하면서 "안경 쓴 영웅, 당신이 나를 좋아해 주다니 영광"이라고 했다.

    이제 허드의 시선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그는 "아주 어린 꼬마 시절부터 올림픽을 꿈꿔왔다. 작년 리우에 정말 가고 싶었지만 대표팀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아직 어리고 발전할 시간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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