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원 사격장 사고, 軍은 한심했고 유족은 의연했다

조선일보
입력 2017.10.11 03:18

10일자 신문에 실린 강원도 철원 6사단 사격훈련장 전경(全景) 사진을 보고 놀랐다는 사람이 많다. 지난달 26일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던 이모 상병이 유탄(流彈)에 머리를 맞고 숨진 곳이다. 이 상병 등은 14m 높이 방호벽 뒤편 숲 속 오솔길을 통해 부대로 복귀 중이었다. 훈련장 사선(射線)에서 총구를 1.59도만 위로 올려 쏴도 유탄이 방호벽 너머 숲 속으로 날아가게 돼 있는 구조였다.

이 상병 사망 직후 군은 "도비탄(跳飛彈)에 맞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총탄이 바위 등에 튕겨 엉뚱한 각도로 틀어지면서 난 불가항력(不可抗力)의 사고였다는 것이다. 사격장 구조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섣부른 예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비통함은 세상 무슨 저울로도 잴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다. 그런데도 이 상병 아버지는 "빗나간 탄환을 어느 병사가 쐈는지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알게 되면 그 병사를 원망하게 될 것 같고, 그가 평생 자책 속에 살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 상병 아버지는 "그 병사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이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이 상병 아버지의 말은 사고 책임이 총 쏜 병사한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책임은 사람 다니는 길 앞쪽에 사격장을 만들어놓고 안전 통제도 제대로 하지 않은 군 간부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 상병 아버지는 "둘째가 고1인데 군대 보낼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작년 이맘때 동해에서 대(對)잠수함 훈련 도중 헬기 추락으로 해군의 세 장병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 장병 영결식에서 유가족 누구도 소리 내 울거나 해군 탓을 하며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가족들에게 영결식을 거부하라고 부추겼지만 가족들은 의연하게 사후 수습을 했다. 셋 중 한 명인 김경민 소령의 부친은 "군인들이 (훈련) 임무를 수행한 것뿐이지 누구한테 무슨 죄가 있겠냐"고 했다. 국민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이 상병 아버지, 김 소령 아버지 같은 분들의 모습은 한심한 군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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