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헌재소장 지명 거부'는 독재적 발상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17.10.11 03:20

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계속 유지키로 했다. 시기를 못 박진 않았지만 김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 대행 체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김 대행은 이념 편향 논란 끝에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지난달 국회에서 부결된 사람이다. 국회가 이념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을 헌재소장으로 지명하지 말라고 대통령을 견제한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은 새 후보를 골라 국회 동의를 요청하는 것이 민주 국가의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국회에서 거부된 사람을 대행으로 계속 두겠다고 한다.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국회에 대한 반감(反感)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을 대통령이 대놓고 무시하는 것으로 독재적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지난달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헌법재판관들이 간담회에서 김 대행의 대행직 이행에 동의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당시 재판관들은 새 헌재소장을 임명할 때까지 대행직을 계속하도록 한다는 데 동의했을 뿐 대행 체제를 1년씩 끌고간다는 데 동의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재판관 간담회 취지를 마음대로 해석해 편법 대행 체제를 계속 갖고 가려 하고 있다. 청와대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코드에 맞는 사람 아니면 절대 헌재소장에 지명하지 않겠다는 편견이다.

대통령에겐 자격 갖춘 헌재소장을 국회 동의로 임명해 헌재가 온전한 헌법기관으로서 정상 작동하도록 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면 서둘러 다시 후보를 지명해야 한다. 헌재는 지난 1월 박한철 소장 퇴임 이후 이정미 대행에 이어 김이수 대행 체제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9명의 재판관을 다 채우지 못해 재판관 8인 체제도 7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을 촉구하면서 "사법부 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래 놓고 헌재는 대행 체제로 가겠다고 한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사법기관 수장으로서 갖는 무게가 같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편법과 억지로 일을 끌고 가는 것을 신물 나게 봐왔다. 그런 갈등 끝에 나온 새 대통령도 또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인가. 납득할 수 없다.

[인물정보]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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