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만드는 Fact Check] 비트코인 가격 1년새 5배 뛰어… 가상통화 시가총액만 154조원

  •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입력 : 2017.10.11 03:10

    [오늘의 주제: 세계 금융계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 '가상통화'… 현대판 튤립 투기인가, 미래의 화폐인가]

    PC·스마트폰서 쓰는 디지털 민간 화폐
    일본 합법화로 개인·금융社서 수요 늘고 외환시장 불안 겹쳐 대체투자수단으로
    중국, 비트코인 채굴 시장 70% 장악

    "튤립 버블보다 심각" "은행 대체할 것"
    '미래의 화폐' 자격 놓고 의견 분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요즘 세계 금융계에서 가장 뜨거운 문제가 가상통화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상통화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가상통화 상승세가 시작된 작년 초와 비교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5배, 이더리움은 무려 30배나 뛰어올랐다.

    가상통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한마디로 PC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민간 화폐다.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 지폐와 동전처럼 눈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 화폐와 다르고, 민간 화폐란 점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法定) 화폐와 구분된다. 5~6년 전만 해도 가상통화의 거래 규모가 작아서 국가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그러나 최근 가상통화의 시가총액이 154조원에 이르면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가상통화의 종류는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발행된 것만 1052개에 이르지만 총 거래의 약 90%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라이트코인 등 10여 개에 집중돼 있다.

    ◇일본, 비트코인을 합법적 결제수단으로 법 개정

    가상통화 열풍에 불을 지른 것은 일본이다. 일본 의회는 지난 2월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전자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했다. 이를 계기로 비트코인 수요가 소매 가맹점, 개인,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크게 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비트코인이 뜨자 다른 가상통화도 덩달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외환시장 불안도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키운 주요인이다. 미·중 갈등 가능성에 북핵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세계 금융·외환시장엔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졌다. 예전 같으면 투자자들이 달러를 사겠지만 트럼프 정부의 기본 경제 정책이 '달러 약세 유도'여서 달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금(金)도 과거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실물도, 국경도, 꼬리표도 없는 가상통화가 대체투자수단의 하나로 급부상한 것이다.

    ◇가상통화 열기 어디까지 갈까

    가상통화의 미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투기처럼 가상통화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고 본다. 1999년 닷컴버블을 예측한 투자자 하워드 마크스는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며, 대표적인 투기 거품"이라고 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대표는 "가상통화는 사기이며 튤립 버블보다 더 심각한 투기"라고 단언했다. 반면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대표는 "비트코인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선 더 중요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상화폐의 하나인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리크 부테린은 "가상통화가 은행을 대체할 것"이라며 한발 더 나아갔다.

    필자는 가상통화의 추가적 가격 상승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가 최근 1~2년 사이에 현기증이 날 정도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비관론처럼 가상통화가 쉽게 가격이 붕괴할 것이라고도 보지 않는다.

    가상통화의 운명에서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올해 초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적이 있는데 이를 주도한 것은 중국 투자자였다. 당시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해 중국 정부가 해외송금 규제에 들어가자 중국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비트코인을 잔뜩 사들인 것이다. 당시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상화폐가 실물화폐가 아니고, 국경이 없는 인터넷상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언제든 해외에서 찾아 쓸 수 있다는 매력이 크게 부각됐다. 최근 가상통화 가격 급락 역시 중국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0월 18일)를 앞두고 금융·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일시적 정책으로 보인다. 중국은 비트코인 채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디지털 화폐의 기축통화가 될 수도 있는 비트코인을 규제하기보단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가상통화의 실수요와 유용성은 인정되지만, 투기수단이 아닌 결제·지급 수단으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과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첫째 가상통화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장치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같은 기본적인 규제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가격에 대한 펀더멘털 분석이 없는 한 적정가격을 얘기할 수 없고, 거품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가령 비트코인 초창기인 2010년 한 프로그래머는 피자 두 판을 사 먹는데 1만 비트코인을 지불했다. 그때 그는 1비트코인이 0.003센트(1센트는 0.01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믿었던 셈이다. 1비트코인이 4000달러가 넘는 지금, 이 프로그래머는 비트코인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바보 같은 인물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하지만 지금 비트코인의 가격이 왜 4000달러를 넘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가상통화 애널리스트 또는 분석기관이 나와 펀더멘털을 분석하게 되면 가상통화의 가격 급변동이 줄고 '화폐'로서의 가능성은 한층 더 인정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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