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안내는 '내비'에 맡겼나… 속 터지는 도로 표지판

    입력 : 2017.10.10 03:14

    ['깜깜이' 도로 표지판] [上]

    운전자 혼선 주는 표지 수두룩… 공공기관 이사해도 늑장 교체
    "내비 늘면서 표지판 민원 줄자 담당 기관들 관리 소홀" 지적

    서울 청담대교에는 '어린이대공원·건대입구역 직진, 잠실대교·천호대교 우회전'을 알리는 도로 안내 표지판이 2개 서 있다. 첫 번째는 갈림길 약 600m 지점, 두 번째는 약 100m 지점이다. 많은 운전자들이 두 번째 표지판을 보고 차선을 바꾼다. 이렇게 하면 모두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표지판이 차선 변경이 불가능한 '실선 구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접촉 사고가 나면 차선을 변경한 차에 과실이 있다"며 "표지판을 보고 변경했다고 호소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변북로를 구리에서 일산 방향으로 달리다 잠실대교·아차산역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빠지라는 이정표가 있다. 이 길로 들어가면 곧장 잠실대교와 아차산역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진입 직후엔 어느 쪽이 잠실대교나 아차산역 쪽인지는 알 수 없다. 안내 표지판은 갈림길 직전에야 나온다. 차선을 잘못 탔다가 갑자기 운전대를 꺾는 경우가 많아 사고 위험이 크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면서, 도로 표지판에 대한 의존도는 줄었다. 표지판이 잘못돼도 민원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다. 그러자 표지판 담당 기관들이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안내 표지판이 운전자를 헷갈리게 하고, 공공 건물이 이전했는데도 한참 후에 교체된다. 하지만 사고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유무를 가리는 기준은 내비게이션이 아닌 도로 표지판이다. 내비게이션이 작동 시작 때 '실제의 교통 규제에 따라 주행하세요'라고 안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 대표는 "표지판 내용이나 설치 위치, 교체 시기 등을 운전자 입장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 사정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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