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모델, 유럽 수출 자격 땄다

조선일보
입력 2017.10.10 03:12

안전성과 경제성 인증 받아… 경쟁국인 중국은 아직 못받아
유럽이 인정한 원전 기술, 국내선 찬밥 신세
체코·핀란드 등 원전 도입할 때 한국의 수주 가능성 높아졌지만
탈원전으로 기회 날아갈 우려

한국형 신형 원전 모델 'APR1400'이 유럽 수출길을 확보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APR1400을 유럽 안전 기준에 맞춘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APR 1400은 지난 6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 심사를 사실상 통과했다.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PR1400은 신고리 3호기에 적용해 작년 12월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공사 재개 여부에 대해 공론화가 진행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들어가며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 모델과도 같다. EUR 인증은 영국·프랑스·러시아·체코 등 유럽 12개국 14개 원전 사업자로 구성된 유럽사업자협회가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심사해 결정하며 인증 획득은 유럽 지역에 대한 원전 수출 면허를 얻었다는 의미이다. 한국은 프랑스·러시아·미국·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로 인증을 받았다. 경쟁국인 중국은 EUR이나 NRC 인증을 받지 못했다.

최근 영국·체코·스웨덴·폴란드 등 유럽에서는 기존 원전을 대체할 신규 원전 수요가 늘고 있다. 한수원은 "EUR 인증 획득으로 체코와 핀란드 등 원전 도입을 추진하는 유럽 국가에서 수주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유럽뿐 아니라 같은 기술 요건을 요구하는 남아공과 이집트 등에도 원전 수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원전 산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기술적 우위를 선점하고도 임기 5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향후 30년간 600조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원전 시장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외에서 인정하는 원전 기술 '탈원전'으로 포기

EUR 인증은 유럽사업자협회가 유럽에 건설될 신형 원전에 대해 안전성과 경제성 등에 대한 요건을 심사해 결정한다. 협회는 신규 원전 설계를 표준화하고, 회원국들은 EUR 인증 요건을 유럽권 건설사업의 표준 입찰 요건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은 이 인증 획득으로 유럽 등에서 원전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영국 북서부에 2025년까지 원전 3기를 짓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수주를 추진 중이다. 사업비만 21조원에 달한다. 한전과 한수원은 체코와 폴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APR1400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 인증 6단계 중 3단계를 통과했다. 내년 9월 인증 획득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한국이 10년간 2350억원을 들여 2002년 독자 개발을 완료한 3세대 원전 기술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장될 위기에 놓였다. 3세대 원전 시장은 기존 원전 강국인 미국·프랑스가 앞서 나가고 있었지만, 한국이 APR1400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 인증을 받긴 했지만, 상업 운전엔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APR1400이 장착될 예정이던 신고리 5·6호기 공사는 종합 공정률이 29%인 상태에서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오는 20일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에 따라 건설 재개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 원전은 현재까지 개발된 원전 중 경제성과 안전성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위험하다며 짓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향후 30년 600조원 규모 원전 시장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춤했던 세계 원전 시장이 영국·중국·인도·중동 등을 중심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중국·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59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며, 아시아와 유럽·중동 등에서 160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향후 30년간 원전 시장 규모는 60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내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국 내에서도 외면받는 원전을 수입하겠다고 나설 국가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원전 부품은 다품종소량생산 구조인데 한국에서 원전 산업이 무너져 부품 업체가 사업을 접을 경우 원전 수입국으로서는 부품을 구하는 게 어렵게 된다"며 "한국형 원전 수입을 검토하던 국가들은 이 부분을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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