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유탄에 쓰러진 아들… 아버지는 책임 묻지 않았다

    입력 : 2017.10.10 03:04

    [軍 "튕긴 총알 '도비탄' 아니다" 12일 만에 달라진 수사 결과]

    "회수한 탄두 4조각 감정 결과 충돌 흔적 없어… 도비탄 아냐
    사격시 총구 2.39도 올라가도 사고 장소까지 총탄 날아가
    수목 우거져 조준사격 불가능"

    '총알 지문' 강선 흔적 사라져 어느 총서 발사된 건지 불분명
    안전관리 소홀 3명 영장 방침

    지난달 26일 진지 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철원 육군 6사단 이모(21) 상병(일병에서 추서 진급)은 인근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유탄(流彈)에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9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밝혔다. 유탄은 조준한 곳을 빗나간 총알이다. 당초 군의 추정과 달리 이 상병이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총알에 직접 맞았다는 것이다. 사고 직후 군은 "사격훈련장에서 날아온 도비탄(跳飛彈)에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었다. 도비탄은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 나온 총알이다.

    이날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사 결과 발표에서 "가스작용식 소총의 특성상 사격 시 소총의 반동이 있고,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가 2.39도만 위를 향해도 탄이 사고 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격장 사선(射線·사격하는 곳)에서 280m 떨어진 곳에 방호벽이 있는데, 그로부터 다시 60m 떨어진 사고 장소 주변 나무들에서 유탄 흔적 70여 개가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해 이 상병의 사인을 유탄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14m 높이의 방호벽은 사선에서 총구를 1.59도까지 위로 했을 때만 보호할 수 있고, 그 이상이면 탄환이 방호벽 위로 날아가 사고 현장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본부는 다른 가능성들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도비탄 가능성과 관련, 조사본부는 "이 상병의 머리에서 회수한 탄두 4조각을 감정한 결과,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K2소총용) 5.56㎜ 탄두 파편으로 확인됐지만 탄두에서 충돌 흔적과 이물질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탄환이 이 상병에게 맞기 전 다른 물체에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이 상병의 우측 광대뼈 부위에 남은 사입구(射入口·총알이 들어간 곳)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도비탄은 아니다"고 했다.

    조준 사격 가능성에 대해 조사본부는 "사격장 끝 방호벽에서 사고 장소까지 약 60m 구간은 수목이 우거져 있고, 사격장 사선에서 사고 장소까지 거리도 340m에 달해 육안 관측과 조준 사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사격 훈련 부대 병력이 (이 상병이 속한) 인솔 부대의 이동 계획을 사전에 알 수 없어 살인 또는 상해 목적으로 직접 조준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사고 당일 사격 훈련 병력 84명은 14개 조로 나눠 훈련을 했으며 12조에서 쏜 탄이 이 상병을 맞힌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총알이 깨지고 '총알의 지문' 격인 강선(腔線·총열 안쪽의 나선형 홈) 흔적이 사라져 어느 총에서 발사된 것인지는 규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총알은 발사될 때 총열 내부의 강선을 따라 회전하는 과정에서 표면에 흔적이 남는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당초 사고 당시 사용된 총기를 모두 회수해 강선 마모 형태와 탄두의 강선 흔적을 비교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이번 사고는 병력 인솔 부대, 사격 훈련 부대, 사격장 관리 부대의 미흡한 안전조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났다"고 했다. 조사본부 관계자는 "사격장 좌우에 배치된 경계병이 안전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해 사격이 진행되는 동안 이 상병이 속한 부대원들이 사격장 북쪽의 전술 도로에 진입했는데도 제지하지 못했다"며 "인솔 소대장과 부소대장 역시 총성을 듣고도 병력을 이동시켜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를 주지 않은 최모 중대장(대위), 병력 인솔 부대 간부인 박모 소대장(소위), 김모 부소대장(중사)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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