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전 美 대통령 방북해 김정은과 면담 희망…트럼프 "전직 대통령이 관여할 일 아니다"

  • 디지털이슈팀

    입력 : 2017.10.09 09:33 | 수정 : 2017.10.09 10:52

    지난 2011년 4월 평양 방문을 마친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DB

    지미 카터(93)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위기의 해결을 위한 미·북 간 메신저 역할을 하기 위해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하는 방안을 희망하는 것으로 8일(현지 시각) 알려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라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78)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섬터 카운티 플레인스에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그를 면담한 사실을 전하면서 “카터 전 대통령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전격 방북해 극적 반전을 끌어냈던 것처럼 생전에 다시 한번 엄중한 상황을 풀기 위한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와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처럼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평안북도 영변의 북한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4년 6월 서울을 거쳐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뒤 김일성 주석을 만나 핵 개발 동결을 약속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은 북한이 플루토늄 생산 등의 핵 활동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가 경수로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북 제네바합의(94년 10월)로 이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남북 정상회담도 주선했지만, 1994년 7월 8일 김 주석이 사망하는 바람에 결렬됐다.

    박 교수는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이 이뤄질 경우 김정은을 만나 미·북 평화협정 체결과 북한의 완전한 핵 동결을 협의하고, 항구적인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방북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보도했다. 박 교수는 “최근 카터 전 대통령이 언론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 정부의 특사 파견 필요성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내가 북한 지도자에게서 알아낸 것’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나 좀 더 강력한 경제제재 등은 현재의 위기를 끝낼 즉각적인 길이 되지 못한다”면서 “북한 정권은 그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또 다른 한국전쟁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는 세계평화에 현존하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과 미국은 고조되는 긴장을 완화하고 영구적이고 평화로운 합의에 이를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기고문에 자신이 방북하겠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본인의 방북 희망 의사를 담은 것이었으며, 카터 전 대통령이 기고문을 쓰게 된 배경과 방북 의사 등을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카터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두어 차례 방북 의사를 전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문제는 현직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전직 대통령이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알아서 하겠다(Leave me alone)'라고 했다더라"고 전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어 그는 "공식 특사 자격으로 간다면 무게는 더 실릴 수 있겠지만, 카터 전 대통령이 꼭 특사 자격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며 "북측의 반응 등 상황을 좀 봐야 한다. 만일 북한 쪽에서 공식 초청장을 보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이야기해볼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할지는 그때 생각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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