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태풍 닥치는데… 통상조직 10여일 前에야 겨우 '세팅'

    입력 : 2017.10.09 03:02

    美요구를 블러핑 간주, 안일 대응… 시간·협상카드·조직 3無 상황

    한·미 FTA 개정 협상 개시를 위한 절차 정리 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미국발(發) 통상 태풍에 대한 정부 대처가 곳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통상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제시할 협상 카드도 없고 준비할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통상 담당 조직도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3무(無)' 상황에서 막중한 통상 사안을 처리해야 하는 처지다.

    당장 급한 건 다음 달 있을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訪韓)이다. 이 기간 중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통상 장관 회담을 열고 한·미 FTA 개정 시기와 대상, 범위를 비롯해 한국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 여부 등 통상 안건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밀려드는 미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추가 투자 약속이나 국내 시장 개방 등 '당근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묘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제안대로 농산물 관세 철폐 시기를 앞당긴다면 우리와 FTA를 맺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간도 많지 않다. 일단 산업부는 오는 13일 국회 산업·통상부문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내용을 보고한다. 이어 FTA 재협상 개시를 위한 사전 절차를 밟을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개정 협상 경제적 타당성 검토 연구, 이해관계자 대상 공청회, 경제 분야 장관들이 모여 만드는 통상조약 체결 계획 등이 필요하다. 그다음엔 국회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산업부는 늦어도 연말까지 이 절차를 마치고 내년 초 재협상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두 달 반 정도 기간 안에 쓸 만한 협상 카드를 마련하고 FTA 재협상 개시를 위한 사전 절차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 내에서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자초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미 미국이 지난 6월부터 한·미 FTA 재협상을 줄기차게 거론했지만 통상 당국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것.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그간 '폐기'와 관련한 여러 신호가 있었지만 정부는 '블러핑(엄포)'이라 간주하고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통상 조직 정비가 늦어진 것도 문제였다. 미국이 사실상 지난 7월부터 FTA 재협상을 요구했지만, 정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30일, 통상차관보는 8월 18일, 통상정책국장은 9월 4일 임명됐다. 이번 2차 공동위를 코앞에 둔 지난달 28일 한·미 FTA 핵심 실무자인 미주통상과장을 교체한 것도 의아한 인사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개정 협상이 시작되면 관련 부처, 국내 이해관계자 등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우리 측 개정 관심 이슈를 도출해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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