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내일 독립 선언할 듯… 스페인 "자치권 회수" 압박

    입력 : 2017.10.09 03:02

    [카탈루냐州·중앙정부 정면 충돌 조짐… 폭풍전야 스페인]

    라호이 총리, 헌법 155조 언급… 카탈루냐 법적권리 박탈할수도
    카탈루냐 주의회, 憲裁 명령 불복… 분리·독립안 표결 회의 열기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서 "분리·독립 반대" 대규모 행진

    라호이 총리
    라호이 총리

    "카탈루냐가 대혼란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 시각)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주(州)의 분리·독립 선언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스페인 전역이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빠져들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BBC 등 외신들은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주의회가 10일 오후 공식 독립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의 독립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8일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 인터뷰에서 "카탈루냐 측의 어떤 형태의 독립 선언도 (법적·실제적) 효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면서 "카탈루냐 측과 독립과 관련된 협상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또 "이번 위기가 끝날 때까지 현지에 파견돼 있는 국가 경찰과 시위 진압 경찰의 규모도 현재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카탈루냐 지역에서 폭동 등이 발생하면 이를 강제 진압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지난 1일 카탈루냐주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하기 직전 1만명 규모의 국가 경찰 등을 현지에 파견했다.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정치권도 중앙정부의 방침을 지지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현 집권 여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뿐 아니라 제1 야당인 중도 좌파 사회민주당도 카탈루냐에 대한 중앙정부 강경 입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했다. 사회민주당 소속의 호세 보노 전 국방장관은 "산적도 투표를 할 수 있지만 투표한다고 해서 그들이 산적이기를 포기하지는 않는다"면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차를 몰고 있다면 차를 세우고 그 운전자를 체포해야 한다"고 했다.

    카탈루냐 측도 속도가 붙은 독립 추진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다는 태세이다. BBC는 "카를레스 푸이그데몬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10일 오후 6시 주의회에서 현 정세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날 카탈루냐의 독립이 공식 선포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스페인 헌법재판소는 카탈루냐 주의회가 분리·독립안을 심의·표결하기 위해 9일 소집한 회의를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주의회는 헌재 명령에 불복하고 회의를 열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스페인 중앙정부가 '헌법 155조'를 발동할 것이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헌법 155조는 스페인 헌법이나 국익이 심각하게 타격받을 경우 중앙정부가 해당 자치정부의 자치권을 중단하고 회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호이 총리는 "이 조항을 발동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이 조항이 발동되면 스페인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 조항은 스페인 역사상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극단적 처방"이라며 "호세 마누엘 가르시아 전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 조항을 '원자폭탄'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의 독립 추진에 맞서 스페인의 통합을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카탈루냐 주도(州都) 바르셀로나에선 전날에 이어 수백 명이 도심으로 몰려나와 자치정부 측의 독립선언 철회를 요구하며 가두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카탈루냐는 스페인이다"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스페인의 단합과 정치적 협상을 촉구했다.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도 참석했다.

    앞서 7일에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수만 명이 참가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벌어졌다. 시민들은 '대화하자' '스페인 국민이 정치 지도자들보다 낫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팻말을 들고 "정치인들은 대화하라"고 소리쳤다. BBC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스페인 국기나 카탈루냐 주기(州旗)를 들지도 않았고, 모두 흰색 옷을 입고 나와 스페인 단합과 분리·독립 반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평소 자신의 입장을 잘 밝히지 않아 '침묵하는 다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분리·독립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 내에서도 일부에서 협상과 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티 빌라 자치정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카데나 SER 라디오에 출연해 "카탈루냐의 일방적 독립 선포에 반대한다"면서 "중앙정부와 대화를 위한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다. 중앙정부도 카탈루냐가 독립을 포기하면 자치권을 확대하는 등의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카탈루냐 측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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