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北, 해외 대사관 이용해 불법 외화벌이…"결혼식장부터 정육점까지 세 놔"

    입력 : 2017.10.08 11:47

    NYT, 北 40개국 외교시설 실태 보도

    독일 베를린에서 ‘시티호스텔 베를린’이란 이름으로 영업 중인 숙박 시설. 현지 북한 대사관이 2004년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불법 운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세계 각국의 대북제재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대사관 등 외교시설까지 불법 외화벌이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이 잇따라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지만, 약 40개국에 진출해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대사관 등 외교시설을 이용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은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 여러 외교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테라 레지던스’로 알려진 건물을 달러 벌이를 목적으로 현지 업체에 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건물은 결혼식을 비롯해 잡지 사진, 뮤직비디오, TV광고 촬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공간에는 은행이 입점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는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은밀하게 이뤄지지만, 주변 이웃들의 민원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에 수차례 파티가 열리고 늦은 밤까지 불꽃놀이를 하는 등 소음이 심각해 이웃들이 수년간 민원을 제기해 왔다는 것이다.

    아넬리아 바클로바(Anelia Baklova) 테라 레지던스 대변인은 "북측과 장기 임대 계약을 맺었다"고 이메일을 통해 NYT에 밝혔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최근 강도 높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이후 임대료 지급은 중단됐다"며 "다만 시설 유지와 수리 등에 '상당한 금액(considerable amount of money)'을 지불해 테라 레지던스에서 쫓겨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북한 대사관 역시 외화벌이에 이용되고 있다. 이 대사관에 주소를 두고 있는 기업 및 단체는 4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 광고, 요트클럽 등 다양한 분야의 이 기업 및 단체들은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직접 운영하거나 그와 관련된 회사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의 외교시설을 이용한 외화벌이 형태는 다양하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수년 전 인도에서 고기를 사려면 북한 대사관 뒷문을 두드리면 된다는 얘기가 현지 외교가에 파다했다는 얘기를 작고한 외교관 출신 장인에게 들었다"며 "북한 대사관은 당시 지하에 정육점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외교공관을 활용한 영업 활동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며, 유엔 대북제재 결의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최근 호스텔로 이용되고 있던 북한 대사관 소유 건물을 폐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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