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연휴 고속도 휴게소, 사제폭탄 소동

입력 2017.10.08 03:02

40대 범인, 설치 후 발견자 행세… "개성공단에 전기보내라" 요구
폭발물 처리 로봇이 수거해보니 BB탄 총 충전용 가스통 묶은 것

88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있는 남자 장애인 화장실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 모의 총기의 탄환(BB탄)을 발사시키는 데 필요한 압력을 충전하기 위한 가스통 10개를 묶어 만든 것이다.
88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있는 남자 장애인 화장실에서 발견된 사제 폭발물. 모의 총기의 탄환(BB탄)을 발사시키는 데 필요한 압력을 충전하기 위한 가스통 10개를 묶어 만든 것이다. /함양경찰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개성공단에 전기를 보내라'는 협박문과 사제 폭발물을 설치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대구 고속도로 대구 방향의 한 휴게소 직원 박모(24)씨는 지난 6일 오후 8시쯤 "남자 장애인 화장실에 사제 폭탄이 있다"는 고객 서모(41·광주광역시)씨의 말을 들었다. 함께 가 보니 장애인 화장실 안 변기 옆엔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가 있었다. 해군 부사관 출신인 박씨는 즉시 112에 신고했다.

먼저 도착한 함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검은색 테이프로 묶인 소형 가스통 10개와 그 사이에 끼인 A4 용지를 발견했다. 이 용지에는 '10월 20일까지 개성공단에 전기를 보내라. 안 보내면 대한항공을 폭파'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화장실 주변을 통제했다. 이어 소방차 4대와 인근 군부대 관계자 등이 출동했다. 전북의 군 EOD(폭발물처리반), 부산 경찰특공대가 뒤를 이었다. 군 전문가는 폭발물 처리 로봇을 투입해 의심 물체를 수거했다.

사제 폭탄으로 의심됐던 물체는 모의 총기의 탄환(BB탄)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가스를 충전하는 용기였다. 경찰은 "가스통 뭉치에 기폭장치는 없었지만 열을 가하면 폭발하고, 인명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요즘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누구라도 사제폭탄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폭발물 처리 로봇까지 투입한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최초 발견자인 서씨의 행동에 수상한 점이 있다고 보고 7일 새벽 서씨를 긴급체포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자신을 미국 정보기관인 CIA의 요원이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씨 집에서 휴게소 화장실에서 나온 것과 같은 BB탄 총 충전가스통을 찾았다. 서씨는 지난달 광주 지하철의 화장실에서 모의 총포를 발견해 신고한 전력도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다음 8일 오전 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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