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에 국민투표 한다더니… 개헌, 몇발짝 못 나갔다

입력 2017.10.03 03:02

[與野, 정부 형태·대통령 임기 등 핵심쟁점 입장差 극명… 지금 속도라면 개헌은 '난망']

개헌특위 의제 62개 중 절반 넘게 贊反 갈리거나 의견 정리도 안돼
與野 지도부도 별 관심 안보여… 내년 2월까지 개헌안 완성 힘들듯

대통령과 국회가 내년 6·13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改憲)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개헌 논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정리한 개헌 세부 의제 62개 가운데 33개(53%)는 여야(與野)에서 찬반(贊反) 의견이 극명히 갈리거나 아직 찬반 정리도 안 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권력 구조 등 개헌 핵심 쟁점일수록 여야 인식차가 큰 데다 여야 지도부도 개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아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야 의원 36명으로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는 현재 내년 6·13 지방선거일을 국민투표일로 놓고 역산(逆算)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개헌특위는 대선 이후 지금까지 3번의 전체회의와 8차례의 소위 회의를 열어 개헌 쟁점을 정리하고, 지난 8월 29일 부산을 시작으로 지난달 28일까지 전국 11개 도시에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개헌특위는 오는 11월부터 새로운 헌법 조문을 만들기 시작해 내년 2월까지 헌법 개정안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국회 개헌안 발의(내년 3월), 국회 본회의 의결(내년 5월) 등을 거쳐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 현행 국민투표법에는 대통령이 국민투표일 18일 이전에 국민투표안(案)을 공고하게 돼 있다. 이를 계산해보면 내년 5월 25일까지 대통령이 투표안을 공고해야 하고, 전날인 내년 5월 24일까지는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은 "내년 설날(2월 16일)까지 반드시 개헌안을 마련해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개헌특위 차원 개헌안 마련 시한을 4개월여 남겨 놓은 지금까지도 상당수 쟁점에서 여야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특위가 최근 작성한 '헌법 개정 주요 의제'에 따르면 현재 개헌 관련 쟁점은 총 11개 분야, 62개 세부 항목이다. 이 가운데 여야 특위 위원들이 '대체로 공감한다'고 분류한 쟁점은 29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헌법상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 대신 '사람'으로 표시하자는 등 선언적 부분이다.

나머지 17개 쟁점의 경우 여야로 찬반이 나뉘어 있고, 찬반 없이 위원들이 각자 의견을 제시하는 쟁점도 16개나 된다. 특히 ▲지방분권(7개 쟁점) ▲정부 형태 개편(2개 쟁점) ▲대통령 임기 등 행정부 구성 방식(4개 쟁점) 등 핵심 3개 분야의 경우 총 13개 세부 쟁점 가운데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라는 조문을 신설하는 것 이외에는 단 하나도 의견 접근을 하지 못했다. 한 개헌특위 위원은 "지금 속도로 봤을 때 내년 초까지도 입장 차가 완전히 조율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여야 지도부도 개헌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같은 날 시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홍 대표는 "개헌은 국가 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것으로 선거와 같은 날 하면 휩쓸려 투표하게 돼 적절하지 않다"며 "개헌은 지방선거 이후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올해 들어 당 최고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개헌'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당 홈페이지에 공개된 추 대표 공식 메시지 중에 추 대표가 '개헌'을 언급한 건 지난 6월에 있었던 서울시당·경기도당 공로당원 표창 수여식 축사가 전부다. 여당 관계자는 "대선이 끝나자 그간 대통령 권력 분산을 이야기하던 여당 의원들조차 개헌 논의에 머뭇거리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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