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39] 붉은열마디개미

조선일보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17.10.03 03:12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개미가 드디어 한반도에 발을 디뎠다. 내가 국립생태원장 시절 남미의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모셔 온 잎꾼개미가 종종 개미 나라 스타로 대접받지만, 정작 개미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한 개미는 단연 '붉은독개미(red imported fire ant)'다. 이 개미에 관해 1984년에서 2008년까지 25년 동안에만 과학 논문이 무려 984편이나 나왔다. 같은 기간 잎꾼개미에 관한 논문은 두 종을 합해도 275편에 불과했다.

남미가 원산인 이 개미는 미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심각한 해충이 된 지 오래이며 최근 일본에서도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출몰 소식이 잦다. 일단 정착하면 구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개미라 빈틈없는 초동 대응이 필요하다. 이 개미의 종명(invicta)은 '천하무적의' 또는 '정복할 수 없는'이란 뜻을 지녔다. 가는 곳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데에는 이들의 탁월한 적응력이 한몫한다. 개미들은 보통 장마를 대비해 높은 지대로 이사하는데, 몸과 몸을 이어 뗏목을 만들어 가뿐히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 개미의 영역이 매년 거의 200㎞씩 확장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일단 정착하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 같다.
붉은독개미. /조선일보 DB
붉은독개미. /조선일보 DB
그런데 다짜고짜 이들을 '독개미'라 부르는 것은 재고했으면 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1400만명이 이 개미에게 쏘이지만 심한 면역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전체의 1% 미만이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가 개발한 독성지수로 1.2밖에 되지 않아 성묘하다 쏘일까 두려워하는 작은 말벌이나 꿀벌의 2.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 개미에게 덜컥 독개미라는 악명을 부여하면 4.0의 총알개미와 3.0의 붉은수확개미가 섭섭해한다. 중증이긴 하지만 열성 혈소판 감소 증후군을 일으키는 '작은소참진드기'를 너도나도 '살인 진드기'로 몰아가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퇴치는 철저히 하되 이름은 '붉은열마디개미' 정도로 부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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