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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분양광고 소송에서 소비자가 100전 99패 하는 이유

  • 김문주 변호사

    입력 : 2017.10.04 06:31

    [김문주의 生生법률] 학교와 경전철 생긴다더니…과장광고일까?

    Question

    ‘아파트 단지 주변 우수한 교육 환경이 강점, 택지지구내 초·중·고교 등이 신설예정!’
    ‘단지 10분 거리에 경전철역 신설 예정, 서울 도심이 눈앞에, 강북 도심까지 25분대에 주파’

    5년 전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건설회사로부터 이런 설명이 들어 있는 안내 책자를 받았습니다. 안내 책자에는 학교예정부지라고 표시하고 학교 그림도 번듯하게 그려놨습니다.

    경전철 광고는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분양 카탈로그와 건설사 홈페이지에는 경전철 노선과 역명을 써놨고, 모델하우스에는 경전철역 모형도 만들어 놨습니다. 입주자 모집공고는 한술 더 떴습니다. “경전철로 인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까지 해 놨더군요.

    도로가 뚫려 교통이 좋아진다고 홍보하는 문구가 나붙은 경기도의 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기사와 관련이 없음)

    아파트를 분양받는 소비자 입장에선 학교와 경전철은 확정된 사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이 광고를 철썩같이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하지만 입주 시점에 개교한다던 학교는 설립 계획이 취소됐고, 경전철도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이 무산됐습니다. 이런 경우 건설사가 명백히 ‘허위과장광고’를 한 것이 아닌가요.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해서 손해배상을 받거나 아파트 분양 자체를 취소하고 싶습니다.

    Answer☞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파트 분양과 관련해 ‘허위과장광고’로 손해배상을 받거나, 분양을 취소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건설사들이 별 생각없이 과대 포장한 광고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광고는 걸러내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사내 법률팀에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광고를 할 때도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덜 보려면 아파트 분양 광고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김문주 법무법인 린 변호사
    위 사례를 바탕으로 아파트 분양과 관련된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법적으로 ‘허위과장광고’란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표시광고해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할 우려가 있는 광고행위를 말합니다. 법률적으로는 허위과장 광고라는 표현보다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위과장광고로 확정된 경우 이 광고를 한 사업자는 피해자에 대해 고의든, 실수이든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2013년 대법원 판결을 보면, 일반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판단할 정도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라면 허위과장광고입니다. 이 내용만 보면 법원이 아주 광범위하게 허위과장 광고를 인정하는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기사 내용과는 관련이 없음) /조선DB

    우선 아파트 분양 당시의 학교 신설 광고를 보겠습니다. 건설사가 아파트 주변에 초·중·고교가 들어선다고 광고했지만, 이 계획이 취소됐다고 해도 법원은 건설사와 분양대행사에게 무조건 책임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앞서 2013년 판례에서 대법원은 학교 신설과 관련해 건설사가 허위과장광고를 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광고전단에 실린 학교 신설 관련 도면이 도시계획상 토지이용계획도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일뿐 그 이상의 인상을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둘째, 분양광고에 학교 설립 시기를 표시하지 않았고, 아파트 옆에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신설이 계획돼 있다는 정도의 인상만 주었다는 점입니다. 셋째,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에서 당해 아파트의 초·중학생은 신설 학교가 아닌 이미 운영 중인 학교를 다니게 된다고 명시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다수 건설사들이 분양 아파트 주변 학교 신설 계획을 광고로 만들 때는 지자체의 토지이용계획도를 인용하고, 시기를 특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이 무산돼도 건설사 책임이 없는 셈입니다.

    경전철 노선 신설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7월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우선 건설사가 광고전단과 홈페이지에 경전철 노선을 표시하고 자세하게 관련 설명도 했지만 지자체의 ‘도시철도 기본계획’과 발표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면 허위과장광고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경전철역 이름을 표시하고 모델하우스에 경전철 모형을 만들고, 입주자 모집공고에 ‘경전철로 인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내용이 지자체의 발표계획이나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회 결정’을 근거로 만든 문구라면 허위과장광고가 아니라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운행 중인 수도권의 경전철.

    대법원은 이 판결을 내릴 때 ‘도시철도 기본계획’이라는 것이 경전철 사업을 확정 또는 착공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소비자에게 설명할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지자체의 기본계획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소비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할 몫입니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분양 광고와 홈페이지에 설명한 내용의 실현 가능성을 소비자가 직접 조사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장 광고로 인해 건설사들이 분양 대금을 돌려주고 분양을 취소하는 경우는 아주 적습니다.

    분양 아파트 주변의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해 소비자가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학교 신설이나 도로·철도사업은 지자체를 통해 실현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실제로 이런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직접 조사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 문의해 확인한 후 계약하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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