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대화 두고 엇갈린 메시지… 북핵·중국 이어 '미국 리스크'까지 떠올랐다

    입력 : 2017.10.02 13:36 | 수정 : 2017.10.02 13:55

    트럼프, 틸러슨 "대북 대화 채널 유지"에 "시간 낭비" 반박
    "25년간 美 역대 정부의 대북 유화책 실패… 난 그리 안해"
    '대화 임무' 美 국무부와 다른 부처 이견 언제든 노출 가능성
    '평화적 해결' 무게 둔 정부, 美 본심도 해독해야 하는 과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대화' 발언을 반박하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트위터

    미국에서 북핵 협상을 둘러싸고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과, 대북 외교 책임자인 국무장관 사이에 서로 다른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있다. 긴밀한 한미 공조 속에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북핵 위기 속에 이른바 '미국 리스크'까지 추가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대북 협상 시도는 시간 낭비"라며 "'로켓맨'을 잘 대해주는 것(대북 유화 정책은)은 지난 25년간 효과가 없었는데, 지금이라고 갑자기 되겠느냐"는 글을 차례로 올렸다.

    이는 바로 전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뒤 "대북 대화 채널을 2~3개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최고위급 당국자 가운데 대북 직접 협상 가능성을 처음 시사한 데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대북 제재·압박 중에 전열을 흩뜨리는 대화론을 퍼뜨리지 말라'는 얘기다. 트럼프는 "틸러슨 장관은 에너지를 아껴라, 우리는 해야 할 일(제재)을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단순히 '제재 중인 현재로선 대화는 꺼낼 카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떠나, '북핵 협상은 평화적 대화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90년대부터 미국 역대 정부의 대북 비핵화 협상 시도에도 북핵 능력이 고도화된 것을 거론, "클린턴-부시-오바마 전 대통령이 모두 실패했지만, 나는 그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고까지 밝혔다. 대북 강경책과 군사 조치까지 포함한 근본적 정책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국무장관이 이렇게 핵심 적대국에 대한 정책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밝힌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 배경을 두고 온갖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단 대외 정책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이지만 '비둘기파(대북 유화론자)'로 통하는 틸러슨 장관이 실제로 손발이 안 맞은 것으로 보인다. 직설적인 트럼프의 성향상 자신의 참모가 대외 정책 각론에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발언을 하자 참지 못하고 바로 공개 반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제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럼프의 트위터에 이어 "“현재로선 외교적 채널이 열려있으나 영원히 열려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외교적 방법을 쓰게 될지, 물리력을 쓰게 될지는 북한 정권에 달려 있다"는 글을 올려 트럼프와 틸러슨 장관 사이에서 어정쩡한 국무부의 입장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사실상 틸러슨의 말을 주워담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흑백인종차별에 대한 항의표시로 국가 연주 때 무릎을 꿇은 스포츠 스타들을 '비애국자'로 비판하면서 "구단주들에게 그런 개XXX는 해고하라고 말하자"라고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반면 미국이 전략적 이유로 일부러 이런 고위층의 대북 희망론과 회의론을 동시에 노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으로 북한과 중국 등에 자칫 '제재가 약화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가 강온 전략을 동시에 구사, 대북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와중에도 북한이 '안심'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유사시 대북 군사 조치 등에 돌입하기 위한 국제적 명분을 쌓아가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미국의 강한 압박 및 제재와 평화를 위한 대화 전략"(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세계 정세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 대통령과 최고위급 외교 각료 간에 기조가 다른 공방이 하룻새 연이어 나오는 것은 정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대화와 압박 병행'이란 원칙 하에서도 대북 대화와 '북핵 평화적 해결' 쪽에 아직 무게를 싣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로서는 최대 안보 동맹인 미국의 '본심'을 더욱 정교하게 읽고 보조를 맞춰야 할 입장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2차 한-미 정상회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나, 북한의 저강도 도발만으로도 섣불리 대북 화해·협상 무드로 돌입하거나, 반대로 제재 일변도에만 매달리다가 북·미 간 기류 변화를 놓치고 주요 결정에서 소외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북 유화파로 채워진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적대국과도 대화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미 국무부와만 협의했다가 미국 대통령과 군에서 정반대 조치를 내릴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북한이 대화 제의에 대한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어느 한 쪽만 고집할 수 없는 상태"라며 "최대한 미 정부와 협의해 공조 체제를 유지해나갈 방침"(고위 관계자)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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