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백두산 폭발 가능성

입력 2017.10.02 03:16

1981년 화산학자인 마치다 히로시 도쿄도립대 교수가 일본 홋카이도에서 두께 5㎝의 화산재층을 발견했다. 그는 추적 끝에 이 화산재가 서기 1000년 무렵 백두산 대폭발에서 나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산재를 1100㎞ 떨어진 곳까지 날려보낸 위력이 알려지면서 휴화산(休火山)으로만 치부됐던 백두산이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당시 폭발 규모를 서기 79년 로마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의 50배 이상으로 추정한다. 폭발 당시 분출물이 25㎞ 상공까지 솟아올라 하늘을 가리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백두산 대폭발이 있었던 시기는 올 초 정확하게 밝혀졌다. 미국, 중국, 영국 연구팀이 화산재와 나무 화석 등을 분석한 결과 946년 10월에서 12월 사이였다. 실제로 고려사에는 '946년 개성에서 하늘의 북이 울렸다'는 기록이 있고, 일본 나라(奈良)의 한 사찰에서도 '946년 11월 3일에 하얀 재가 눈처럼 떨어졌다'는 기록이 나왔다. 

[만물상] 백두산 폭발 가능성
▶이런 백두산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상 조짐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산 밑에서 화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지진이 잦아졌다. 작년에는 백두산 아래에 서울시 2배 면적의 거대한 마그마 방(房)이 있고, 그 안에 마그마가 넘실댄다는 지질 조사 결과도 나왔다. 백두산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활화산 대접을 받고 있다.

▶영국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는 엊그제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이 백두산 폭발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괜한 말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3일 북한에서 두 차례 일어난 지진은 핵실험의 영향으로 주변 지형이 뒤틀린 것이 원인이라고 본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지난달 3일의 6차 핵실험이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백두산 마그마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과의 거리는 50㎞도 안 된다.

▶중국은 1999년 백두산 꼭대기 천지 옆에 화산관측소를 세웠고 인력도 계속 늘렸다. 2020년까지 화산 조기경보 시스템도 만들겠다고 한다. 최근에는 백두산의 남쪽 관광지를 잠정 폐쇄하고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중국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정작 가장 시급한 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다. 북한이 핵폭탄을 계속 터뜨리면서 남한 땅까지 흔들어 대는데 바로 옆에 있는 백두산은 언제까지 멀쩡할까. 백두산이 언제 터질지 연구하는 것보다 핵실험으로 위험한 방아쇠를 계속 당겨 대는 북한을 막는 것이 먼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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