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다수도 '문정인·노영민 생각'과 같나

      입력 : 2017.09.30 03:10

      문정인 대통령 안보특보가 28일 "(청와대) 안보실 사람들은 (내 발언이) 조금 부담스럽겠지만 많은 청와대 사람이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 들어 문 특보는 '한·미 동맹이 깨지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북의 핵 보유 인정해야'라는 말과 생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문 특보의 위치로 볼 때 '많은 청와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란 말이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특보의 이 말 속에 현재 외교·안보 라인의 실상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역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노영민 신임 주중 한국 대사는 29일 롯데 등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피해가 사드 보복 때문만은 아니고 경쟁력이나 기업 내부 분쟁 때문이라고 했다. 대사가 주재국 입장을 변호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사실을 왜곡한 '아부'다.

      과거 노무현 청와대는 '대미(對美) 자주파'와 '한·미 동맹파'로 갈려 싸웠다. 한·미 관계의 불필요한 악화로 이어졌다. 지금 다시 정권 실세들이 과거의 자주파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 현 정부 안보 정책의 우왕좌왕이 바로 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안보 노선을 놓고 여야(與野)도 갈라져 있는데 청와대마저 그 내부가 동맹파·자주파로 갈려선 안된다.

      문 특보는 자신이 외교·안보에 관한 '촛불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북이 핵을 보유해도 미국의 북 공격은 안 된다'는 것이 촛불 민심이란 뜻인 듯하다. 결국 5000만 국민이 김정은의 핵 인질로 사는 것이 낫다는 것이고 이것이 '평화'라는 것이다. 문 특보는 자신만이 아니라 청와대 다수가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미 동맹에 무게를 두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의 입지가 실제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 동맹이 깨지더라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전쟁을 막은 다음에 한·미 동맹 없이 북핵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가장 중대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문 특보와 같은 사람들은 북핵은 인정하고 한국의 핵무장은 반대한다. 북한만 핵을 갖고 우리는 없는 상태에서 한·미 동맹마저 깨지면 우리는 사실상 항복하든지 제2의 6·25를 당하든지 둘 중 하나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어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한국핵정책학회에 나와 "핵은 보수와 진보의 논리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다. 핵을 스스로 만들든지, 핵을 가진 것과 같은 조건이나 위치를 만들든지, 상대가 핵을 못 갖게 하고 못 쓰게 해야 한다"고 했다. 셋 중 하나는 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고, 못하고 있다. 아무 힘 없이 '평화'만 외치고 있다. 그렇게 얻은 평화는 곧 깨질 수밖에 없는 가짜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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