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내 인생 가장 즐거운 역할은 배우·엄마 아닌 와인메이커"

    입력 : 2017.09.30 03:02

    드루 배리모어, 와인에 빠지다

    와인 브랜드 '배리모어'
    재배 힘든 캘리포니아서 예민한 포도로 생산한
    '땅속 깊은 지구의 맛'

    연기 줄여 사귄 새 파트너
    "와인은 사람들 모으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매력
    이 정서를 전달하고파"

    이미지 크게보기
    배우 드루 배리모어는 미국 캘리포니아 카멜로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만든다. “와인메이커는 내 인생에서 가져본 가장 즐거운 직업”이라고 했다. 아래 사진은 영화 ‘ET’에 나온 드루 배리모어. / 카멜로드 와이너리
    영화 'ET'(1982)에서 눈 커다란 꼬마 여동생으로 일찌감치 스타가 됐을 때 드루 배리모어(42)는 일곱 살이었다. 10대 시절은 술과 마약으로 꽤 덜컹거렸다. '미녀 삼총사' '첫 키스만 50번째' 등으로 기억되는 그녀가 다음 달 '미스 유 올레디'로 오랜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세 번 결혼하고 이혼한 배리모어는 근년 들어 배우 활동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파트너를 만났다. 사람도 아니고 공상과학도 아니다. 와인이다.

    그녀는 지난 2012년 포도주를 제조하는 와인메이커가 됐다. 미국 '잭슨 패밀리 와인'이 소유한 양조장을 빌려 자기 이름을 딴 '배리모어(Barrymore)' 브랜드를 만들었다.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피노 누아(Pinot Noir), 로제(Rosé) ,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 등을 판매 중이다. 배리모어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나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테이블 주변으로 잡아당기는 포도주의 매력에 빠져 있다"며 "양조에 참여해 더 자세히 알게 됐고 와인 비즈니스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와인도 연기(演技)도 스토리텔링"

    포도는 지하 10m 아래까지 뿌리를 뻗어 수분과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토질이 그만큼 중요하다. 서늘한 기후대를 좋아하는 피노 누아는 섬세하고 예민해 재배가 어렵다. 배리모어는 캘리포니아 일부 해변 지역에서만 소량 생산되며 놀랍고도 복잡한 풍미를 내는 이 품종을 양조에 쓰고 있다.

    ―배우 말고도 감독이자 제작자, 모델로도 활동하지만 와인메이커가 된 줄은 몰랐다.

    "양조 과정을 하나하나 보면서 흥분했다. 다양한 포도 품종을 이용해 새로운 와인을 만들고 싶었다."

    ―와인 애호가들은 포도주와의 첫 만남에 대해 길게 얘기하곤 한다. 와인을 언제 처음 마셨고, 어떤 종류였는지 궁금하다.

    "10대 시절 일요일 오후와 수요일 저녁에 친구들과 마시면서 와인에 빠져들었다. 품종은 거의 언제나 피노 그리지오였다. 배리모어 와인 브랜드로 그것을 시판할 때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나는 로제도 사랑했다. 요즘도 친구들과 차갑고 마시기 좋은 와인을 두세 잔씩 즐긴다."

    ―와인과 연기에 공통점이 있다면.

    드루 배리모어, 와인에 빠지다
    "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 시간, 장소, 톤, 정서, 의지를 전달하는 게 내 직업이다. 난 행복하고 긍정적인 것을 좋아한다. 꽃이나 하트(♡)처럼. 거기엔 부정적인 게 들어올 틈이 없고 잘못 해석될 리도 없다. 와인도 비슷하다.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와인을 만드는 과정이나 와인을 나누며 쌓이는 이야기도 그렇다."

    ―맥주나 위스키로는 그게 안 되나?

    "와인 한 병과 좋은 음식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은다. 소중한 이들과 같은 것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와인이 더 매혹적이다."

    ―카멜로드 와인메이커 크리스 카토와 함께 몇 가지 포도주를 만들었는데, 그중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첫사랑은 투명하고 약간 가벼우면서 달지 않은 피노 그리지오다. '아는 것을 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배운 것을 하라'는 말대로 했다. 피노 누아를 보졸레와 섞을 수 있는지 연구했다. 우리는 차갑고 가벼운 와인을 좋아했다. 로제의 경우는 복숭아를 닮은 분홍빛에 사로잡혔다. 난 여전히 소녀 취향인가보다."

    나만의 남다른 능력

    와인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한국인은 4명 중 3명(75%)이 카베르네 소비뇽을 찾는다고 한다. 두 번째로 사랑받는 와인은 샤르도네다. 마신 경험이나 습관, 대세추종주의와도 얽혀 있다. 배리모어는 "저마다 자기에게 맞는 와인을 찾아가는 과정은 여행과 같다"며 "내 인생에서 가져본 가장 즐거운 역할은 배우도, 엄마도 아니고 와인메이커"라고 했다.

    ―와인은 종류도 많고 음식과의 짝짓기도 복잡해 낯선 외국어를 새로 배우는 느낌이었다. 당신만의 팁을 들려준다면.

    "배리모어 브랜드의 와인들은 음식과 궁합을 맞추기 쉽다. 로제는 매운 음식, 뉴욕 스테이크, 햄버거나 감자튀김과 어울린다. 일식과도 잘 맞는다. 나는 특히 피노 그리지오를 뇨키(이탈리아 파스타), 튀긴 허브, 카프레제 샐러드, 사과 브리치즈와 함께 먹는 것을 즐긴다. 피노 누아는 볶은 채소, 버섯 소스를 뿌린 연어, 오리 가슴살이나 구운 돼지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피노 누아는 드라이하고 부드러운 질감에 꽃향이 나더라. '땅속 깊은 지구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도 황홀했다. 당신에겐 어떻게 기억되나?

    "활력과 신선한 과일향이 좋다. 향신료와 담배의 풍미도 있다."

    ―크리스 카토와 함께 와인을 양조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우리는 와인메이커로서 거의 완벽한 조합 아니었나 싶다. 포도주와 음식에 대한 취향이 같아서 말이 잘 통했다. 잘 자라지 않는 지역에서 포도를 수확해 맛을 실험했다. 양조장에서도 우리의 미각에 흡족할 때까지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새로운 와인을 만들었다."

    ―배우이자 와인메이커일 뿐만 아니라 두 딸의 엄마, 제작자, 사업가이기도 하다. 여러 일을 다 해내다니, 당신은 초능력자인가?

    "나는 생후 6개월 때부터 (광고 모델로) 일했다. 어디서 이런 직업윤리를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난 거저먹지 않았다. 일을 사랑한다. 오랜 꿈이었던 자서전도 써냈다. 스스로는 그게 가장 장한 일이었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두 아이의 엄마가 300쪽짜리 책을 쓰다니. 그만큼 즐겁게 일했다."

    ―정돈을 잘하고 사는 편인가.

    "전혀. 내 작업실은 폭탄 맞은 것 같은 모습이다. 물건을 다 잃어버리곤 한다. 내게 여권을 맡겼다간 큰일 난다."

    ―그렇다면 당신의 남다른 능력은 뭔가?

    "내 모든 것을 끄집어내려고 애쓰고, 분리해서 집중하는 능력이 좋다. 비슷한 시기에 A와 B를 해야 할 경우 몇날 며칠은 A에 몰입하고, 다시 몇날 며칠은 B에 쏟아 붓는다. 일할 때 나만의 레시피(요리법)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