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김정은, 툭하면 핵 실험하는데… 백두산 火山 폭발 방아쇠될 것"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입력 2017.09.30 03:02

    '폭발 가능성' 제기한 영국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 인터뷰

    조짐이 수상하다. 중국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이름) 관리유한공사는 최근 백두산 남쪽 관광지를 잠정 폐쇄하고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북한이 지난 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한 뒤 낙석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에는 풍계리 북북서쪽 6㎞ 지점에서 두 차례 자연 지진(규모 2.6과 3.2)이 일어났다. 핵실험 여파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백두산이 잠에서 깨어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영국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는 지난달 23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북한이 우발적으로 화산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풍계리 지하 수평 갱도에서 벌이는 핵실험이 인공 지진파를 일으켜 116㎞ 떨어진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magma chamber)'에 강한 압력을 전달하고 있는데, 더 위력적인 수소폭탄을 터뜨릴 경우 화산 폭발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였다. 지난해 홍태경 연세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도 비슷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북한은 앤드루스 박사의 글이 실린 지 열하루 만에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곤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떠벌렸다. 위력은 약 50~100㏏. 지난해 5차 핵실험(10㏏)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였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이 15㏏급이었다. 앤드루스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전력(前歷)이 무시무시한 화산

    백두산은 946년(고려 정종 원년) 대폭발로 유명세를 떨쳤다. 지난 5000년 동안 지구에서 일어난 큰 화산 폭발 중 하나로 꼽히며 '밀레니엄 분화'라 불렸다. 고려사(高麗史)에도 '하늘의 북이 울렸다'는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80년 미국 세인트 헬레나 화산 폭발과 견주면 1000배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했다고 한다. 백두산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일본 홋카이도에서 당시 화산재의 퇴적층(두께 5㎝)이 발견될 정도다.

    ―화산은 활화산·휴화산·사화산으로 분류된다. 지구에 얼마나 많은 화산이 존재하나?

    "육지와 바다에 수천 개가 있지만 활화산이 몇 개인지는 파악이 안 된다. 과학자들은 최근에 남극 대륙이 강력한 화산 지대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화산 수백 개가 한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얼음 아래에 있어 활화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요컨대 지구는 화산 행성인 셈이고 백두산은 그 대가족의 구성원이다."

    ―백두산은 1903년 분화를 끝으로 잠잠해졌다. 왜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인가?

    "활동을 멈춘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백두산은 여전히 활발한 화산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몇 년 전 영국과 북한 과학자들이 공동 조사한 결과 백두산 하부에서 마그마가 대량으로 모여 있는 거대한 마그마류(溜)가 판독됐다. 언젠가는 폭발해 밖으로 나올 것이다."

    ―그 마그마의 총량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백두산 아래 약 5~10㎞ 깊이에, 화산으로부터는 20㎞ 거리에 뻗어 있다. 마그마의 부피를 가늠하려면 고해상도 이미징 작업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일반적인 기준에 비추면 막대한 양이라고."

    ―백두산이 잠에서 깨어난다면 어떤 재앙이 일어날까.

    "그 화산이 어떤 스타일의 폭발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1903년 분화는 946년에 일어난 대폭발에 비하면 약과였다. 여러 줄기의 흘러내리는 용암과 화산재 기둥을 보여줬을 뿐이다. 946년 밀레니엄 분화 때는 화산 잔해 100㎦가 화산재와 화쇄류(火碎流) 형태로 주변에 흩어졌고 그것들이 지나는 곳마다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동시에 아황산가스가 분출되면서 공중에 황에어로졸 4500만t이 뿌려졌다. 햇볕이 차단돼 기온도 뚝 떨어졌다.

    ―목격자들에겐 어떻게 보였을까.

    "세상의 종말 같았을 것이다. 다가올 백두산 폭발이 어떤 모습일지는 더 다양한 연구조사 없이는 예측하기 어렵다. 단, 한동안 잠잠했다는 사실은 대체로 안 좋은 징후다. '쇼'를 준비하려고 힘을 비축해온 것으로 볼 수 있으니까. 만약 1000년 전처럼 대폭발한다면 그 결과를 즉각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화산 잔해가 멀리 날아갈 테고, 북·중 국경지대는 하룻밤 사이에 전혀 다른 곳으로 돌변할 거다."

    ―유럽에 항공대란을 일으켰던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과 비교해달라.

    "그 폭발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할 땐 대부분 두꺼운 얼음 벌판에 마그마를 주입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열에너지를 방출하는데 폭발력은 작지만 두꺼운 화산재 기둥이 오래 지속된다."

    북한 핵실험이 자연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 영국 화산학자 로빈 앤드루스. /로빈 앤드루스 제공
    "북한 핵실험은 백두산의 방아쇠"

    단군신화가 서려 있는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시작된 장소다. 북한 정권은 백두산을 김일성의 항일혁명 투쟁지이자 김정일의 출생지로 선전하면서 우상화 작업에 악용했다. 김정은에 대해서도 '백두혈통' 운운한다. 앤드루스 박사는 포브스 기고에서 "김정은이 걸어서 혼자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김정일이 거기에서 태어났다는 주장만큼이나 터무니없어 보인다"며 "그 거짓 신화는 내버려 두더라도 백두산은 최근 화산학자들 사이에 우려를 낳고 있다"고 썼다.

    ―핵실험이 백두산 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수학적이며 매우 견고한 지구물리학적 원리들이 밑바탕에 있다. 핵실험이 일으킨 충격파가 마그마 방을 고압(高壓) 상태로 만들면서 화산 폭발의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가설은 새로운 게 아니다. 확실히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가설을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을 접하고 무슨 생각을 했나?

    "지진계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수소폭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마도 성능을 높인 원자폭탄(souped-up atomic bomb)이었을 것이다."

    ―북한은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했다.

    "7.0 규모의 인공 지진을 일으킬 만한 수소폭탄을 만든 것 같지는 않다. 6차 핵실험 규모는 6.3이었다(국가마다 다른데 한국 기상청은 5.7로 발표했다). 백두산 마그마 방에 불안정성을 촉발하기엔 강도가 미흡했다."

    ―지하 핵실험 때문에 화산이 폭발한 사례가 있었나?

    "내가 아는 한 없다."

    ―북한이 더 강력한 핵폭탄이나 수소폭탄 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해도 북한과 중국에 위협적이지, 남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화산재가 날아갈 수 있지만 심각하진 않을 것이다."

    ―일본은 어떤가.

    "과거에 백두산이 폭발했을 땐 우세한 바람 때문에 북일본 지역 대부분이 화산재로 뒤덮였다. 화산이 폭발할 땐 풍향이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바람이 남쪽으로 분다면 서울의 지붕 위에서 많은 화산재를 보게 될 거다. 그 화산재를 마실 경우 호흡기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다."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고

    앤드루스 박사는 "백두산은 활화산이라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폭발할 운명"이라며 "그게 언제인가가 유일한 문제(The only question is when)"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실험에서 시작된 강한 압력파들이 마그마 방을 지탱하는 암석들에 균열을 일으키면 백두산 분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발 직전에 화산을 달래는 방법은 없나?

    "아쉽지만 없다. 분출 단계로 접어들면 막을 수 없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장차 화산의 마그마 방을 통째로 냉동시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화산 폭발 예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열 살 때 IQ 162로 멘사 회원이 됐다고 들었다. 화산학에는 왜 끌렸나?

    "어렸을 때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라는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 게임 안에 '데스 마운틴'이라는 화산이 있었는데 매우 스릴 넘치는 장소였다. 천체물리학자라는 꿈을 거쳐 화산학자가 됐다. 과학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하지만 해마다 한두 번은 활화산을 보러 간다."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인가.

    "화산이 얼마나 힘세고 무서우며 아름다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를테면 자연의 대장간(nature's forge)과 같다."

    ―화산과 사람 사이에 성격이든 행동이든 유사점이 있나?

    "화산은 때때로 아무 경고 없이 폭발해 큰 피해를 끼치는 능력으로 악명이 높다. 그 폭력적인 예측 불가능성은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세계의 몇몇 지도자를 떠올리게 한다."

    ―김정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면.

    "그는 핵무기를 실험하면서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대자연의 변덕이라는 변수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핵실험이 엉뚱한 결과를 자초할 수 있다는 충고를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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