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휴, 헤픈 놈

    입력 : 2017.09.30 03:02

    [마감날 문득]

    플레이보이 창립자 휴 헤프너가 지난 27일 91세로 숨졌다. 그 곁에 60살 연하 아내 크리스털 해리스가 있었다. 손녀딸 또래와 산 것이다. 전혀 부럽지 않다. 징그럽고 흉하다. 돈이 얼마나 많기에 손녀딸 또래와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며 돈이 얼마나 좋으면 할아버지뻘 남자와 결혼을 하는가. 억만장자가 죽은 뒤 31세 마누라가 "그와의 관계는 2초 이상 지속된 적 없다"고 했던 것과 헤프너가 "뭔 소리냐. 매주 관계했으며 그 사이사이에 다른 여자와도 만났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알려주니까 알게 됐으나 알고 싶지 않은 얘기다.

    헤프너 세 번째 마누라 해리스는 2009년부터 헤프너와 사귀었는데(우리가 아는 '사귐'은 이런 게 아니지만) 2010년에 약혼하고 나서 대판 싸웠다. 싸울 당시 헤프너 84세, 해리스는 24세였다. 단단히 삐친 헤프너는 파혼을 선언했는데 이미 찍어놓은 플레이보이 표지모델에 해리스가 있었고 그 제목은 '미국의 새로운 공주, 헤프너 여사를 소개합니다'였다. 그 꼴이 보기 싫었던 헤프너는 잡지 제목에 '달아난 신부'라는 스티커를 덧붙여 판매했다. 어쨌든 둘은 화해하고 2013년 결혼했다.

    플레이보이를 처음 본 건 중학교 다닐 때쯤이었던 것 같다. 작은 것에도 탱천(撑天) 하던 시절이라 플레이보이는 그저 도색잡지라고 생각했었다. 그 고정관념이 바뀐 것은 허슬러라는 잡지를 접하면서였다. 허슬러는 플레이보이보다 훨씬 더 야했고 노출도 심했다. 플레이보이엔 늘 정치 관련 칼럼이 있었지만 허슬러는 그렇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플레이보이는 점잖게 상스러운 잡지, 허슬러는 그냥 상스러운 잡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휴 헤프너는 늘 무슨 왁자지껄한 파티를 벌였네 하는 기사로 접할 수 있었다. 가끔 할리우드 영화에 카메오 출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저 놀림감이었다. 골빈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늙은이 역할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가 죽었다는 기사로 끝이 났다.

    포르노 왕도 죽음 앞에서는 장사가 아니다. 번쩍이는 조명과 반짝이는 옷을 입은 모습만 보여주고 살았지만 우리 모두 휴 헤프너를 이렇게 기억할 것이다. 에휴, 돈 많고 헤픈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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