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0.72초 만에 쏴야 하는데… 양복 단추 잠그고 대통령 경호할 수 있나

조선일보
  • 전현석 기자
    입력 2017.09.30 03:02 | 수정 2017.09.30 17:00

    - 허술한 경호 논란
    의전 중시하는 한국… 경호원들 대통령 앞에서 옷차림 단정하게 해
    뉴욕에 간 文 대통령… 예정에 없던 도보 이동
    美요원들만 믿지 말고 유사시에 대비했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 경호원들과 뉴욕 거리를 걷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유엔 본부 건물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각국 정상은 외국에서 이동시 짧은 거리라도 방탄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게 원칙이지만, 뉴욕 교통 체증이 심하자 문 대통령은 차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숙소에서 교포 간담회가 열리는 호텔까지도 걸어갔고, 길거리에서 교포들과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많은 네티즌은 ‘소탈한 대통령 모습에 감동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사진을 본 경호 전문가들은 “대통령 경호에 허점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들이 먼저 주목한 건 경호원 양복 단추였다.

    대통령 경호는 한·미 요원이 함께 수행했는데, 미국 경호원들은 모두 양복 상의 단추를 푼 반면 한국 경호원들은 단추를 채운 모습이 대비가 됐다. 대통령 근접 경호원은 허리나 가슴 부위에 권총을 휴대하는데, 양복 상의 단추를 풀고 있어야 이를 빨리 꺼낼 수 있다. 미국 경호원은 만일 사태에 대비한 반면 한국 경호원은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 책임국인 미국 요원이 유사시 (대응 사격을 하는) 대적(對敵) 임무를 맡기로 해서 양복 단추를 풀었고, 우리 측 요원은 방호와 대피 임무를 맡아서 단추 상태를 각자 판단에 맡겼다”고 했다. 전직 청와대 경호원은 “근접 경호시 양복 상의 단추에 관한 규정은 없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면서도 “예정에 없던 동선이라서 안전 확보를 장담할 수 없고, 북한 핵실험 등 현재 남북 위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임무 구분과 상관없이 단추를 풀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뉴욕 교통 체증이 심해 걸어서 이동했는데, 경호원들은 모두 양복 상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대통령 경호의 경우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았을 때 0.725초 만에 대응 사격을 하는 게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단추가 채워진 상태에서 이를 지키는 건 힘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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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국 뉴욕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 경호는 한·미 요원이 함께 수행했는데 미국 경호원 2명(왼쪽에서 둘째와 일곱째)은 양복 상의 단추를 푼 반면 주영훈(맨 왼쪽) 경호처장을 비롯해 한국 경호원들은 단추를 채우고 있다. 외국 대통령 경호원은 위급 상황에서 쉽게 총을 꺼내기 위해 대개 양복 상의 단추를 풀고 있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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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왼쪽에서 둘째)도 18일 미국 뉴욕 교통 체증이 심해 걸어서 이동했는데, 주변 경호원들은 모두 양복 상의 단추를 채우지 않았다./AFP 연합뉴스

    1980년부터 1995년까지 청와대에서 대통령 경호 임무를 담당한 김두현 한국체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외국은 의전보다 경호가 우선이지만 우리는 경호와 의전을 똑같이 중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경호원은 대통령 앞에서 옷차림을 단정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별도 지시가 없으면 단추를 채울 때가 많다”고 했다.

    대통령 주변에 검은 가방을 든 경호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경호원이 가지고 다니는 검은 가방은 평범한 서류 가방처럼 보이지만 버튼을 누르면 기관단총이 나오거나 방탄막으로 변한다. 한 전직 경호원은 “경호 장비 착용은 초청국 규정과 상호 협의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자세한 사항은 보안 문제 등으로 밝히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외국 정상의 경우 개머리판을 접을 수 있는 기관총을 등 뒤로 메고 다니는 경호원도 있다. 지난 1981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 암살 기도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모든 대통령 경호원이 양복 단추를 풀고 있고 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영훈 경호처장이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경호 전문가도 있었다. 우리 대통령은 3선(線) 중첩 경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선은 권총 유효 사거리(50m) 이내, 2선은 소총 유효 사거리(600m), 3선은 중화기 사거리(2㎞) 등으로 구분된다. 경호처장은 대통령 근접에서 떨어져 경호 총괄 지휘를 하고 1선 근접 경호는 경호처 수행부장이 주도하는데, 주 경호처장은 마치 수행부장처럼 대통령 주변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문 대통령이 시민들과 사진을 찍을 때 주 경호처장이 시민에게 휴대전화를 건네받아 촬영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처장의 위치는 지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해진 위치가 따로 없다. 경호처장이 근접해야 현장 지휘에 용이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경호원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 원칙과 관련이 깊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국민과 장벽을 만드는 경호를 대폭 낮춰 국민과 대통령이 가까이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외 행사에서 예정에 없이 시민과 인사하고 함께 사진 찍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때 대통령 경호원이 당황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대통령과 시민 사이 거리가 줄고 만나는 기회가 늘면서 대통령 경호 부담도 늘어났다고 한다. 각종 대통령 행사에서 시민이나 시장 상인, 식당·호텔 종업원 등으로 위장하는 경호원 수가 전 정권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호처는 대통령 외부 행사시 테러 방지 등을 목적으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까지 휴대전화 등 각종 전파를 막는 ‘전파 불통’ 조치를 취하는데, 최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목적에서 불통 거리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처는 ‘효자동 사진관’도 운영 중이다.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과 시민이 함께하는 모습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고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원래 경호처는 위해 상황시 채증 등을 위해 이 같은 사진 촬영을 해왔다.

    김두현 교수는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안위가 중요한 만큼 열린 경호의 범위를 잘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호 전문가들은 또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광화문 정부 종합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화문 청사 주변은 저격과 무인기 공격에 취약하고 ▲광화문 광장 내 과격 집회 및 시위시 대통령이 고립될 수 있으며 ▲대통령 출퇴근시 교통 통제로 오히려 국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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