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부의 취미생활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는 단절된 대화의 창구가 될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히는 연결고리가 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일상에서 작은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는 부부 4쌍의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취미를 담았다.

    입력 : 2017.10.14 06:37

    자연과 함께하는 낭만
    최상원·이수현 부부

    결혼 3년 차로 캠핑, 백패킹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생활 모험가' 부부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느낀다.

    캠핑이라는 공통 취미를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둘 다 여행을 좋아해서 결혼 전에도 여러 나라로 배낭여행을 다녔어요. 여행을 다니다 보니 자연과 함께하는 여행이 특히 좋더라고요. 자연스레 캠핑과 백패킹에 관심을 갖게 됐고 취미로 즐기기 시작했죠. 둘 다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거든요. 보통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2번 정도 나가는 편이에요. 가급적 새로운 곳을 가보려고 하는데 이제는 웬만한 곳은 거의 다녀본 듯하네요.(웃음)

    최근에 다녀온 캠핑은 어디였고, 어땠어요?
    경남 합천의 ‘황매산 오토캠핑장’에 다녀왔어요. 국내 최고도인 850m 황매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캠핑장인데 별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요. 고원이 넓게 펼쳐져 있어 이국적인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요. 근처에 트레킹 코스까지 갖추어져 있어 캠핑과 함께 트레킹을 즐기기도 좋아요. 저희가 갔을 때는 보슬비가 내려 물안개 낀 신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가을은 캠핑하기 좋은 계절이죠.
    사실 캠핑을 하다 보면 1년 사계절이 다 아름답게 느껴져요. 계절마다 다르게 보이는 자연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캠핑의 매력이거든요. 그중에서도 한 계절을 꼽는다면 가을일 것 같아요. 캠핑은 밖에서 생활하고 잠자는 것이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가을은 춥거나 덥지 않은 적당한 날씨와 함께 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캠핑의 낭만을 느끼기에 참 좋아요.

    캠핑을 준비할 때 각자 맡은 역할이 따로 있나요?
    장비별로 담당을 나눠 각자 챙겨요. 가령 카메라나 조명, 텐트류는 남편이, 음식이나 코펠, 커피, 옷 등은 제가 챙기는 식으로요.

    캠핑을 하면서 부부생활에 찾아온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캠핑은 자연 속에서 걷고, 집을 짓고, 음식을 만들고, 바람을 느끼며 끊임없이 자연과 대화를 해가는 과정이에요. 이런 과정을 혼자가 아닌 부부가 함께하면서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진솔한 내면의 모습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함께 소박한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가는 걸 느껴요. 부부는 닮아간다고 하잖아요. 함께 캠핑을 즐긴 이후로 삶의 방향까지 닮아가는 것 같다고 할까요?

    캠핑을 취미로 시작하려는 부부들에게 조언해준다면요?
    처음부터 장비 갖추기에 집중하기보단 하이킹 또는 백패킹 정도를 생각하고 시도해보길 추천해요. 백패킹은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싣고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짐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생활방식을 터득할 수 있게 도와주거든요. 또는 텐트 등의 장비가 갖춰져 있는 글램핑장을 이용하거나 캠핑장비를 대여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요즘은 캠핑장비를 대여하는 사이트도 많아져서 다양한 장비를 써보고 나에게 맞는 걸 취사선택 할 수 있어요. 나의 캠핑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비싼 장비도 의미가 없으니까요.

    추천 캠핑 장소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충남 태안의 ‘바라길’은 어떨까요. 태안에는 총 88㎞에 달하는 해변길이 있는데 바라길은 그중 1코스에 속해요. 모래언덕과 숲, 바다까지 여러 풍경이 다채롭게 펼쳐져 걷는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죠. 특히 코스 마지막의 신두리 해안사구는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모래평야 지대로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곳곳에 야영장이 있어 낭만적인 바닷가 캠핑도 가능해요.

    부부가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부부이기에 의무적으로 함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누군가에게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춰주는 것이 아닌, 각자 동등한 입장에서 즐거움을 나누는 취미생활은 긍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게 해줘요. 오랜 길을 함께 걸어야 할 부부잖아요. 중간에 지치지 않게 서로 다독이며 때로는 동료처럼, 때로는 오랜 친구처럼 함께 나눌 수 있는 취미생활이 있다면 인생이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꽃으로 피어난 행복
    옥철민·정다혜 부부

    결혼 3년 6개월 차 부부로 3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시작하게 된 ‘플라워 클래스’에서 꽃꽂이를 배우며 요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는 중이다.

    플라워 클래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딸 소율이가 태어난 뒤로는 가끔 영화를 보거나 카페에 가는 것밖에 함께할 수 있는 취미가 없었어요. 둘 다 육아에만 집중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 영화 한 편 보기도 힘들었고요. 신혼 때는 둘 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해 스쿼시나 수영을 같이했어요. 아이를 낳고는 꿈도 꾸지 못하다가 며칠 전 헬스장에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10분 만에 뛰어나왔죠. 이후 셋이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집 앞에 생긴 플라워 스쿨을 보고 등록해 다니게 되었습니다.

    남편분이 어색해하지는 않았나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저보다 더 좋아해요. 둘 다 식물을 좋아해서 일부러 테라스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와 식물을 키우고 있거든요. 상추와 파 같은 걸 키우는 작은 테라스 텃밭도 있고 꽃도 이것저것 심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플라워 클래스는 처음이었지만 둘 다 어색함 없이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드나요.
    주제는 정해진 것이 없어요. 기념일을 위해 만들기도 하고 집 안 데코를 위한 아이템을 배우기도 해요. 싱글 플라워, 미니부케, 꽃케이크 등을 주제로요. 제일 좋아하는 건 드라이플라워예요. 생화지만 그대로 말려 반영구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플라워 클래스를 부부가 함께한 뒤 달라진 일상이 있다면요.
    꽃은 사람을 참 로맨틱하게 만들어요. 삭막한 공간에 활기와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까지도 즐겁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죠. 가끔 집에 지인들을 초대하면 저희가 만든 드라이플라워 리스를 보며 칭찬해주기도 하고 또 남편이 만들었다고 하면 놀라기도 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게 되고요. 탁자 위에 꽃 한 송이만 꽂혀 있어도 주변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남편분은 어떤가요.
    꽃꽂이 하면 여성의 취미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해보니 제가 더 즐겁더라고요. 아직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꽃꽂이를 배우니 길을 가다가도 꽃이나 식물을 유심히 보게 되었어요. 계절이 변할 때마다 길에 피는 꽃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면서 꽃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부부에게 공통의 화젯거리가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육아는 가장 중요한 공통의 화젯거리지만 누가 더 힘든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다툼이 되기 쉽거든요.(웃음)

    부부의 취미로 꽃꽂이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부부 모두 처음이라면 원데이 클래스부터 시작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원데이 클래스는 수업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7만~10만원 정도면 가능합니다. 남편들 중 꽃꽂이가 좀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분이라면 ‘테라리움’과 같이 다육식물을 이용한 미니정원 만들기에 부부가 함께 도전해봐도 좋습니다. 꽃과는 다르게 오래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지인들을 보면 아내와 남편 모두가 좋아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테라리움을 하다 보면 작은 옥상정원이나 베란다 정원도 가꿀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게 되기도 하고요. 집 안에 작은 정원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매력적이에요.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접하게 해주고 또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아늑하고 아름다운 장소가 됩니다. 부부는 물론 가족 간에 대화가 느는 건 물론이고요.

    함께하는 취미란 부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고 해서 갑자기 연애시절의 감정으로 돌아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취미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지고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생기니 뭔가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첫아이를 낳고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요. 육아에 치여 사는 젊은 부부들에게 어쩌면 취미생활은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바쁜 삶에서 잠깐의 여유를 부릴 때 그 행복감이 생각보다 크답니다.


    함께 달리는 든든함
    최승광·레이첼 부부

    결혼 5년 차 한·미 부부. 국토 종주를 비롯해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자전거길을 모두 섭렵했을 만큼 ‘본격’ 라이딩을 즐긴다.

    언제 처음 함께 자전거를 탔나요?
    결혼 전 우연히 영화 <프리미엄 러쉬>를 지금의 아내와 함께 봤어요. 뉴욕 거리를 자전거로 멋지게 가로질러 다니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죠. 마침 운동을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라 자전거를 운동 겸 취미생활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여자친구였던 레이첼에게 함께하자 제안했더니 흔쾌히 오케이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라이딩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아내가 저보다 자전거를 더 잘 타요. 원래 미국에서 농구선수를 오랫동안 했던지라 체력이 정말 남다르거든요.(웃음)

    얼마나 자주 나가는지, 최근에 다녀온 라이딩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보통은 주말이나 평일 저녁 서로 시간이 맞을 때 나가는 편이에요. 평일에는 집 주변 탄천 자전거길을 주로 이용하고 왕복 25㎞ 정도 가볍게 라이딩을 해요. 가끔 주말이나 공휴일을 이용해서 장거리 라이딩을 나가는데 이때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70~100㎞ 정도 주행하죠. 얼마 전 우리 부부의 정신력을 테스트할 겸 통영으로 라이딩을 갔다 왔어요. 평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었죠. 중간에 당이 떨어져서 둘이 주저앉아 초콜릿을 우적우적 먹기도 했네요. 힘들긴 했지만 라이딩을 마친 뒤 서로 수고했다며 하이파이브 하는 맛에 이런 도전을 하는 것 같아요.

    라이딩 갈 때 꼭 하는 것과 꼭 챙기는 것이 있나요?
    라이딩 간 지역의 유명한 맛집은 꼭 들러요. 힘든 라이딩을 마친 뒤 맛있게 먹는 음식은 그야말로 보약이거든요. 그리고 장거리 라이딩을 갈 때는 항상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챙겨요. 그때그때 라이딩을 하면서 만나는 풍경이나 사람들을 기록하기 위해서요. 여기서 중요한 건 되도록 라이딩을 하면서, 즉 페달을 밟으면서 셔터를 누른다는 거예요. 달리면서 만나는 풍경들을 즉석에서 담아내는 게 훨씬 살아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구도가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요.

    평지와 오르막길을 함께 달리며 서로에게 남다른 유대감이 생겼을 것 같아요.
    맞아요. 부부 동반 모임에서 다른 부부들에게 라이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거예요. 함께 라이딩을 하면 체력도 증진되고, 차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하며 특별한 여행이 가능하니까요. 보다 중요한 건 부부간에 정신적인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거죠. 함께 땀 흘리며 때로는 서로 의지도 하고 힘도 북돋워주면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부부생활에서 추억을 함께 만들고 쌓아간다는 것은 분명 엄청난 힘이 돼요.

    자전거 구매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요즘은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자전거가 많이 나와 있어요. 폴딩이 가능한 미니벨로의 경우 40만원대에도 괜찮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죠. 자전거는 한 번 사서 1년에 한 번 정도 녹 관리나 구동계 점검만 잘 해준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쭉 탈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스러운 소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부가 함께 라이딩을 즐긴다면 자전거 구매비용 그 이상의 행복이 따를 거예요.(웃음)

    추천하는 라이딩 코스가 있다면요?
    남한강 자전거길이요. 팔당역에서 충주댐까지 136㎞ 정도 되는 구간인데요, 이 중에 팔당역에서 양평 간 27㎞ 정도 되는 구간은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어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옛 중앙선 철길을 자전거길로 새롭게 활용했기 때문이죠. 철길에 남아 있던 9개의 터널과 장대한 북한강철교를 자전거로 지나가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부부에게 공통 취미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같은 취미생활을 가지면 공통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일상적인 대화도 더 자주 나누게 되죠. 부부 사이에 대화가 많아질수록 그만큼 서로 이해와 배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같은 취미를 즐기며 함께 소통하고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살림을 늘리는 즐거움
    우희원·함보미 부부

    5년 연애, 결혼한 지 딱 8개월 된 신혼부부다.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잡념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지인의 소개로 도예를 시작했다. 요즘은 직접 만든 그릇과 소품 등 살림을 늘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도예는 취미로 갖기에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동창 중에 도예를 전공한 친구가 있어서요. 친구를 통해 도예 공방을 접하게 되었어요. 평소 남편과는 캠핑이나 여행처럼 활동적인 취미를 즐기는 편인데, 친구의 권유로 점토를 이용해 그릇을 만들고 난 후에 흥미를 느끼게 되어 꾸준히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죠.

    처음 흙을 만졌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사실 첫날 공방에 나왔을 때는 ‘흙이 어떻다’라는 느낌보다는 ‘생각보다 흙을 이용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구나’를 깨달았어요.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물레를 이용해 무언가를 만들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했던 탓일까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니 물레를 이용하려면 초보자의 경우 6개월 정도 매일 도예 수업을 받고 연습도 꾸준히 해야 가능하다고 공방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더라고요.(웃음) 초보자는 도자기 성형 방법 중 가장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코일링 기법을 사용해 도자기를 만들어요. 점토를 밀어서 석고틀에 씌워 만드는 기법으로, 점토를 처음 만져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어요.

    집에 직접 만든 도자기가 꽤 있겠어요.
    국그릇, 밥그릇, 트레이, 반찬그릇,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컵, 꽃병 등 그 종류도 다양해요.

    부부의 취미로 도예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초보자라면 원데이 클래스를 강력하게 추천해드려요. 10만원 정도면 국그릇과 밥그릇, 반찬그릇 3개를 만들 수 있어요. 선물하기에도 좋고 집에서 사용하기에도 더없이 좋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점토는 보는 것과 달리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지만,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만족감이 오래갑니다. 도예라는 취미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직접 만드는 것뿐 아니라 생활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으니 그 만족감이 배가됩니다. ‘나는 미술에 재능이 없어’ ‘나는 손재주가 없어’라며 시도조차 안 해보시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많아요. 도예는 재능보다는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함께 취미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저처럼 시작해 전시를 여는 분들도 있을 정도예요. 취미를 넘어서 제2의 직업을 갖게 된 셈이죠. 저도 열심히 하다 보면 아내와 함께 언젠가 작은 전시회를 열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아내분은 어떤가요.
    저 역시 그래요. 생활 속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 공방에 왔을 땐 수강생들이 대부분 여성분들이라 남편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저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24시간 함께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남편의 집중력과 꼼꼼함을 발견했어요.(웃음) 저는 도예를 배우고 나서 덩달아 음식 솜씨까지 늘고 있다고 가족들에게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직접 만든 그릇을 사용하다 보니 요리에 더욱 애정이 가더라고요. 예전에는 맛을 내는 데만 치중했다면 요즘은 플레이팅에도 관심이 많아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내면 음식이 더 맛있어지는 것 같아요. 그릇에 신경 쓰다 보면 매트나 식탁보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꽃을 꽂아 식탁에 센터피스를 더하기도 하죠. 취미가 밥상의 분위기를 바꿨다고나 할까요.

    도예를 부부가 함께한 뒤 달라진 일상이 있다면요.
    사실 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함께하다 보면 싸울 일도 많아요. 반면 도예는 같이하지만 서로 다른 작품을 만들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죠.(웃음) 또한 흙을 만지는 그 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져요.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잘 때 악몽을 꾸잖아요. 그런데 흙을 만질 때는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랄까. 때문에 도예 클래스를 받은 날에는 마음도 편안하고 기분도 좋아져요. 뭔가 좋아하는 것에 올곧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해요. 부부지만 취향이 서로 다르고 또 감성도 다르기 때문에 만들어내는 작품의 분위기도 서로 달라요. 누구의 것이 더 잘했나 하는 것보다는 장점 위주로 칭찬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오랫동안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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