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리스크' 안보라인에 '문정인 리스크'

    입력 : 2017.09.29 03:05

    [文특보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 안돼" 파문… 靑은 방치]

    "北核 인정을" "B-1B 비행 걱정" 연일 정부입장과 다른 발언 쏟아
    靑 "긍정적·부정적 측면 다 있다"

    宋국방 "상대 못할 사람" 비판에 청와대가 宋국방만 질책한 후 文특보 발언 횟수·강도 더 세져
    최근 비밀리에 中 가서 사드 논의

    한국당 "경악 넘어 소름끼친다"
    국민의당 "금언령을 내려야"
    野3당 일제히 文특보 해촉 요청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불안 요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문 특보는 "개인 발언"이라고 했지만, "한·미 동맹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거나 '북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한·미 동맹에 균열을 가져오고 북핵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공식 입장과 대통령 특보 발언이 계속 다르게 나오면서 외교적 혼선도 일고 있다. '문정인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야당은 28일 일제히 문 특보 해촉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긍정적·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며 해촉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지난 2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지난 2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토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특보는 연일 '튀는' 발언으로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 군사회담 제의에 미국이 엄청나게 불쾌해했고 당시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강력히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항의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문 특보는 27일에는 "최근 B-1B(미 전략폭격기)가 정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NLL(북방한계선)을 비행하고 온 건 상당히 걱정된다"고 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진 작전"이라고 공식 발표한 것과 다르다.

    문 특보가 '사고'를 치면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가 '뒷수습'에 나서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문 특보는 오히려 발언 횟수와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최근 송영무 국방장관과의 갈등 때 청와대가 문 특보 손을 들어주면서 문 특보에게 힘이 더 실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문 특보가 송 장관의 "참수부대 운영 계획" 발언 등을 비판하자, 송 장관은 국회에서 "상대해서는 안 될 사람"이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발언을 사려 깊게 해달라"며 송 장관을 질책했다. 이를 본 정부·군·정치권 관계자들은 일제히 "안보라인 '파워게임'에서 문 특보가 이긴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미국·일본 등 외신들도 문 특보 발언을 정부 공식 정책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지난 7일 로이터통신은 문 특보가 "경제 제재가 결국 김정은 정권과 북한 경제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가정은 틀렸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문 특보를 문재인 정부의 'special advisor(특별보좌관)'라고 소개했다. 서울에 주재하는 한 외국 언론인은 "우리는 문 대통령이 문 특보를 통해 본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 3당은 이날 일제히 문 특보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 왕특보'의 북핵 인식에 대한 마구잡이식 발언을 들어보면 경악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며 "대통령의 뜻이 아니고서야 자신 있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북핵 대응에 경험 있는 사람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니 전면 교체 수준의 보강과 강화가 필요하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는데, 그에 대해 (대통령과) 차이를 확인했다"고 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 의장도 "외교·안보 라인에 금언령(禁言令)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상황을 방조하는 측면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특보가 조금 튀기는 하지만 정부 정책 추진에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며 "경고나 인사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의 묵인 속에 문 특보는 활동 반경을 국내외에서 더 넓히고 있다. 문 특보는 최근 비밀리에 방중(訪中)해 베이징대 등 관변 학자들과 사드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문 특보에게 "미국이 한·중 관계를 떼어놓으려고 하고 있는데 한국이 말려드는 것 같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중 뒤인 지난 27일 문 특보는 "연말 정도 되면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외교·안보 부서에서는 "문 특보가 국제정치 전문가는 맞지만 말 한마디로 국익을 결정하는 안보 당국자로선 부적절하다"는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군을 통솔하는 국방장관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줄 수 있느냐. 더구나 장관 말이 오히려 맞는 말 아니었느냐"고 하고 있다. 외교부 역시 "외교 사령탑은 강경화(장관)가 아니라 문정인"이란 말을 자조적으로 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들은 "북한 문제에는 문 특보 생각이 대통령 생각과 비슷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인물정보]
    문정인 "한미동맹 깨져도 전쟁 안돼…북한 핵보유국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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